KT스카이라이프 문재철 사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제공 | KT스카이라이프
KT스카이라이프 문재철 사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제공 | KT스카이라이프

“현대차가 국내 점유율이 높다고 규제를 받습니까,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다고 제한을 받아야 됩니까?”

KT스카이라이프 문재철 사장은 25일 KT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격앙된 표정이었다. 회견 서두에 위성방송과 IPTV의 점유율을 합산해서 규제하는 방안의 부당성에 대해 강조하며 기자들에게 위 질문을 던지며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털어 놓았다. 이어 문 사장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는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 역행하는 것이다”며 “합산 규제가 재벌 케이블TV사업자들의 지역 독점에 근간한 기득권을 유지, 확대시켜서 유료방송 시장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이러한 규제는 방송과 통신의 발전적 융합과 기술 촉진을 가로막고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다”고 덧붙였다.

◇ KT스카이라이프 문재철 사장 “합산규제는 창조경제 역행”

최근 유료방송업계는 시장 점유율 규제를 놓고 KT대 반KT 진영으로 나뉘어 상반된 입장에서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유료방송은 각 방송 플랫폼별로 시장점유율 규제가 다르다. 케이블TV는 방송법의 적용을 받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과 전체 77개 방송권역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IPTV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에 따라 1개 사업자의 가입자수가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유일한 위성방송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는 점유율 규제에서 제외된 상태이다.

현재 KT 계열의 IPTV와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전체 유료방송가입자 2462만중 653만명으로 KT그룹 점유율은 26.5%에 해당한다. (그래픽 참조) 현재 민주당 전병헌 의원과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각각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에서 특수관계자 범위를 위성방송 등으로 확대하는 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KT그룹 가입자를 함께 묶어 가입자 수를 제한하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신규 가입자 모집에 제동이 걸린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이 법안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은 KT와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를 합친 유료방송 점유율은 3년 이내에 점유율이 3분의 1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는 KT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결합상품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의 가입자 증가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문 사장은 “전국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와 지역사업자인 케이블TV를 같은 기준으로 놓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케이블 사업자들에게만 허용되고 있는 지역보도채널도 위성과 IPTV에게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케이블TV의 전국 평균 디지털 전환율이 38.8%인 점을 들어 지역독점사업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문 사장은 CJ의 티빙, 현대HCN의 에브리온TV 등 스마트미디어까지 포괄하는 수평규제를 도입해야 형평성이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T 스카이라이프 한 관계자는 “출범 10년인 2010년에 와서야 누적적자를 간신히 해소할 수 있었다”며 “만약 규제법안이 통과되면 위성방송은 다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다”고 밝혔다.

◇ 케이블TV협회 “미국도 가입자 상한규제…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당연”

케이블TV협회는 KT스카이라이프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즉각 반박성명을 내고 KT스카이라이프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점유율 규제 법안은 특정회사의 발목을 잡는게 아니라 공정하게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적용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 미국도 SO, IPTV, 위성을 포괄한 다채널방송서비스(MVPD)시장 내에서 가입자 30% 상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법안에서는 동일시장에서 경쟁하는 사업자들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가입자수는 차별적이며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참조) 케이블TV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규모 기업집단이며 위성과 IPTV는 동일 유료방송시장이다. 두 플랫폼을 특수관계에서 제외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관련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KT외 다른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KT의 독주를 우려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합산규제를 둘러싸고 KT그룹과 비KT연합군과의 구도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by 100명 2013. 9. 26. 0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