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광화문 KT사옥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KT 사장단과의 간담회가 열린 후 집회에 참여한 길정순씨가 길거리에 앉아 오열하고 있다. 사진=김동민 기자 life@

“24년간 KT를 위해 일해 온 나를 이렇게 몰아넣을 수 있나. KT는 대리점주들을 피 말려 죽이고 있다.”

지난 12일 광화문 KT사옥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KT 사장단과의 간담회가 열린 후 집회에 참여한 전직 KT직원이자 대리점주의 오열이다.

‘홍천 016 사모님’이라 불릴 만큼 한 평생을 KT를 위해 일했지만 남은 것은 사채 빚 포함 총 23억5000만원의 부채만 남은 길정순씨의 사연을 <뉴스웨이>가 직접 들어봤다.

◇2억원만 투자하면 된다더니… = 길씨는 23년 간 KT CS팀에서 상담실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2002년 정년퇴임한 전직 KT 직원이다.

퇴사 후 2005년 말 KT 춘천지점 직원으로 부터 2억원을 투자하면 가입자 1만명을 확보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의 받으며 차모씨를 소개 받았다.

과거 함께 일한 직장 동료의 말이니 믿고 투자를 결정하게 된 길씨는 2006년 2월 춘천에 휴대폰 대리점 법인을 설립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2억원만 투자하면 된다던 처음의 조건과는 달리 차모씨는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 부추겼고 1년 만에 1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게 됐다.

머지않아 또 다시 2만 가입자만 확보하면 된다며 재차 2~3억원을 요구 했고 길씨는 그동안 투자한 금액이 아까워 계속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KT 본사 및 지점의 단장, 팀장, 상무 등이 길씨와 길씨의 남편을 찾아와 지원을 약속하며 안심시켰고 길씨는 남편 몰래 투자를 하다 보니 사채까지 끌어들이게 됐다.

법인명의 아래 매장은 4~5개로 늘어났고 강원대 후문 매장이 성업을 이뤘다. 하지만 총 13억원의 투자금이 들어간 상황에서 이자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에 이르렀고 길씨는 우울증으로 아파트 투신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길정순씨가 시위중에 오열하고 있다.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엎친데 겹친 격으로 2007년 4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11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했고 더 이상 대리점 영업이 어려워져 폐업을 하고 싶었지만 13억원이라는 거액의 변재금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2007년 6월 당시 팀장과 차장이 찾아와 해결방안을 모색했고 길씨는 ▲4~5개의 매장 인수 ▲1만3000가입자를 KT에 넘기고 채무 변제를 위한 10억원 운영자금 지원(1년에 2억원 상계처리 약속)을 요구했지만 당시 조영주 KFT 사장의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실무자들이 모두 바뀌어 흐지부지 되고야 말았다.

빚을 떠안고 영업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강원대 후문 매장은 여전히 성업을 이뤘으며 모 경쟁사에서 거액의 권리금을 제시하며 매장은 넘기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길씨는 연말까지 3억원 채무를 변재 해야 되는 급박한 상황이라 경쟁사의 조건이 끌렸지만 23년을 일한 KT인으로서 양심상 수락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길씨는 “같은 금액이면 조건을 맞춰주겠다”는 KT를 다시 한 번 믿었지만 KT는 가입자를 넘기는 조건에만 가능하다고 버텼으며 금액 또한 두 번에 나눠 지급했다.

결국 길씨는 우울증에 시달리며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2009년 2업 폐업했다. 폐업 당시 결산 후 투자금 13억원은 온대간데 없이 부채내역 12억7900만원만 남았다.

◇“기쁨조도 아닌데…” 임원들 술시중까지 =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길씨는 여전히 채무 상환에 힘들어 하고 있다. 한 달에 2~3000만원의 이자만 상환하고 있고 원금을 갚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채무에 시달리다 지난 5월 KT에 살고 있는 집과 운영하고 있는 공장을 담보로 KT의 계열사인 KT캐피탈에 운영자금으로 10억원을 이자 없이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자만 없으면 연간 2억원씩 채무를 갚아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KT는 7월 이마저도 법인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의 땅이라 힘들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길정순씨가 폐업 당시 회사와 나눈 매각 결산 내역서.


길씨는 한 평생을 KT를 위해 일해 왔는데 이렇게 ‘팽’당한 사실이 너무 억울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길씨는 “CS팀 상담실장으로 일할 때도 매년 10위권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냈고 모범사례로 지정 될 만큼 열심히 했다”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도 단 한 명의 가입자를 더 확보하기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를 결정하고 강원대 영업점이 잘 될 때는 회사의 각종 행사에 불러 기쁨조도 아닌데 임원들 옆자리에 앉혀 술시중을 들게 하더니 상황이 어렵게 되자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이것이 무슨 상생을 외치는 기업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길씨는 그동안 억울한 마음에 공정위에 재소를 하는 등 피해를 구제받을 방안을 모색해봤지만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매번 힘들다는 말만 들어왔다고 한다.

길씨는 차모씨를 형사고발했지만 단 7개월 형량만 복역하고 나왔음을 밝히며 “KT는 차씨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고 나는 회사만 믿고 투자를 해 이런 피해를 앉게 됐다”고 억울해 했다.

이어 “이석채 회장을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며 “실무자들이 모두 안 된다고 하니 현직 회장을 만나 나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피해 구제 방안을 논의해 보고 싶으니 이 회장은 피하지 말고 당당히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

by 100명 2013. 9. 26. 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