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우려, 계열 금융사의 투자자 이탈 등 동양그룹에 찾아온 위기에는 방만한 이사회가 한몫했다. 동양그룹 지주사 격인 ㈜동양의 사외이사들은 지난 4년반 동안 이사회에 절반만 참석했다. 참석했을 때에는 회사채 발행 등 주요 이슈에 거수기 역할만 했다. 불량한 참석률과 거수기 노릇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들의 연봉은 매년 수직상승했다.

국민일보가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공개된 동양의 사업·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5명이 2009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열린 이사회에 불참해 의결권을 포기한 것은 전체 477차례 중 238차례에 달한다. 4년6개월 동안의 이사회 불참률이 49.9%에 이르는 셈이다. 동양그룹이 완전 자본잠식으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 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있던 2009년에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불참률이 55.6%, 2010년에는 63.0%에 달했다.

그나마 이사회에 나온 사외이사들은 거수기에 지나지 않았다. 동양 이사회는 이 기간 총 132건의 안건을 논의에 부쳐 132건 모두 가결시켰다. 사외이사들이 각종 안건에 239번 찬성표만 행사하는 동안 반대 의견은 단 1건도 제기되지 않았다. 불참자를 제외하면 모든 안건이 만장일치 가결이었다.

사외이사들의 방관 속에 동양의 이사회는 2개월에 한 번꼴로 각종 무보증 사채 발행 안건을 통과시켰다. 기업어음(CP) 할인 차입 약정·연장, 대출 연대보증, 상호금융권 일반자금 대출 등의 안건이 속전속결로 가결됐다. 회사채와 CP를 대량 발행하는 방식으로 은행권 대출금을 조달한 결과는 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 5만 개인투자자의 원금손실 사태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사이 사외이사들의 감시·견제 기능은 전무했다.

사실상의 직무유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급여는 해마다 뛰었다. 2009년 900만원이던 사외이사 1인 평균 연봉은 2010년 2250만원으로 오르더니 2011년에는 4000만원, 지난해에는 4800만원까지 올랐다. 사외이사를 제외한 등기임원들의 연봉도 상승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양이 흑자를 기록한 회계연도는 단 한 해도 없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했어야 할 동양 이사회에 대해 금융 당국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불완전판매 여부는 오히려 2차적인 문제”라며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CP를 계열 금융회사에서 판매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먼저 조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y 100명 2013. 9. 26.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