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단속과 소비 위축에 따른 판매부진으로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규모만 1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폰 경쟁으로 100만원대 이상 고가 제품이 잇달아 등장했는데,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25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이통 3사와 알뜰폰(MVNO) 사업자의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사용자는 716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ㆍLGㆍ팬택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애플 등 외국 업체가 국내에 출고한 LTE 스마트폰은 총 88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업체 중 유일하게 명맥을 잇고 있는 애플이 아이폰5를 30만~40만대 판매했다고 가정해도 이통사들이 판매하지 못한 채 재고로 쌓아둔 스마트폰이 약 100만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출고가가 100만원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1조원 이상 현금이 묶여 있다는 얘기다.

이통사별 재고 품목은 다양하다. SK텔레콤은 LTE-A(어드밴스트)를 세계 최초로 시작하면서 LTE로 출시됐던 `갤럭시S4 LTE`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 회사 신형 스마트폰이 예상보다 일찍 나오면서 판매가 둔화된 탓이다. 특히 `갤럭시노트3` 출시로 `갤럭시S4` 재고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믿었던 아이폰5 판매가 부진해 큰 타격을 입었다. 아이폰 교체 수요를 예상하고 수입 물량을 늘려 잡았는데, 예약 가입 이후에는 판매가 그다지 늘지 않았다. 여기에다 정부 보조금 규제가 더해지면서 아이폰5는 오히려 골칫거리가 됐다. 연말에는 아이폰5SㆍC 등 출시가 예상되고 있어 재고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LG전자 `G2`와 `옵티머스G프로` 판매에 집중하다 보니 팬택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이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시기와 달리 최근 팬택으로부터 공급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들은 재고로 인해 제조업체로부터 구매하는 물량을 크게 줄이기 시작했고 제조업체들은 이에 맞춰 생산 물량을 줄이고 있다. 판매되지 않은 스마트폰의 절반 가까이는 출고된 지 3개월 이상 된 제품이다.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아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판매 가격을 낮출 경우 제재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이통사도 재고 스마트폰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특정 회사 인기 제품만 집중적으로 판매되는 바람에 재고가 무려 100만대에 달한다"며 "시장 현실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낮추면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처벌 받고, 이미 구매한 물량이라 제조사에 출고가를 내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재고량이 줄지 않아 이통사도 제조사로부터 구매 물량을 연초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재고량이 계속 늘면서 이통사 주문도 크게 줄었다"며 "IT 업계 특성을 고려해 재고품에 대한 가격인하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9. 27. 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