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철도회사 JR도카이가 도쿄와 나고야를 잇는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리니어 중앙 신칸센을 내년부터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시험주행용 선로에 정차해 있는 리니어 신칸센 열차의 모습. 문화일보 자료사진
최고 시속 581㎞, 서울∼부산 거리를 40분 만에 주파하는 ‘꿈의 열차’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철도회사 JR도카이(東海)가 내년 착공 계획을 발표한 ‘리니어 중앙 신칸센(新幹線)’은 자력을 이용해 약 10㎝ 철로에서 부상해 달리는 차세대 고속철도로, 자동차 주행 시 약 4시간 30분이 걸리는 도쿄(東京)~나고야(名古屋) 구간을 단 4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2027년까지 도쿄의 시나가와(品川)∼나고야 구간을 묶고, 2045년에는 시나가와∼오사카(大阪)를 1시간 내로 연결한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하면 일본의 3대 대도시권인 도쿄, 오사카, 나고야가 일일생활권을 넘어 ‘통근권’으로 묶이면서 초대형 대도시가 탄생하고, 철로 인근 지역의 상권이 급성장하는 등 경기 부양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성이 불확실하고 기술적으로도 난관이 많아 무리하게 추진됐다가는 국가 차원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 제2의 도약으로 이어질 교통 혁명이냐, 건설비 부담만 떠안길 경제 재앙이냐. 리니어 신칸센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10조7000억 엔의 경제 효과…‘리니어 특수’ 기대감

지난 18일 JR도카이가 리니어 신칸센 노선 계획을 발표한 직후,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은 리니어 신칸센의 경제 파급효과가 총 10조7000억 엔(약 116조82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면서 생산활동 비용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소비가 확대하는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토 요시토(加藤義人) 수석연구원은 경제 파급효과의 핵심으로 ‘시간단축 효과’를 꼽고 “이동과 경제의 효율화가 기업 이윤의 증가를 창출하고, 이것이 소득 증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도쿄와 나고야 사이 ‘중간역’이 들어서는 기후(岐阜)·나가노(長野)·야마나시(山梨)·가나가와(神奈川)현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유동인구의 흐름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관광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 나고야 등 대도시 거주자들이 수십분 단위로 왕래할 수 있게 되면, 휴가를 내고 숙소를 마련해야 하는 휴가지에서 당일치기 여행지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NHK는 “‘부담 없이 후지산까지’ ‘잠깐 미나미알프스에 다녀올까’ 하는 식으로 (역사가 위치한 지자체의) 관광객이 증가할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리니어 신칸센 노선 지역에 거주하면서 도쿄·나고야로 출퇴근하는 통근족 역시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이다. 역사가 위치한 지역에 베드타운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생활권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야마나시현 고후(甲府)시 인근의 가미이마이(上今井) 마을에는 ‘리니어 타운’이라는 이름을 내건 분양지역이 등장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리니어 신칸센 역사와 베드타운을 연결하는 도로망의 정비 등 부가 사업이 본격화하면 이른바 ‘리니어 특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선 전체의 86%가 지하·터널인 난공사…경제성 의문

그러나 일각에서는 리니어 신칸센의 시공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행 거리 단축을 위해 나고야∼도쿄 구간 총 286㎞의 철로 가운데 약 86%가 지하 또는 터널을 지나게 되는 특성상 붕괴 위험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험준한 산간 지역인 미나미알프스를 관통하는 약 25㎞ 구간에서 난공사가 예상되고 있다.

경제성 역시 미지수다. 9조 엔(약 98조26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는 총 건설비는 건설 과정에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JR도카이가 건설비를 부담하기 어려워질 경우엔 정부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예상에 비해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14년, 32년 뒤의 이용자 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용자가 적어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엔 엄청난 비용이 투입된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기존 신칸센이 1∼2시간대에 주파하고 있는 거리를 수십분대에 오가는 것이 실제로 필요한 일이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리니어 신칸센 기본 계획이 만들어진 것이 40년 전인데 그 사이 기존 신칸센의 성능은 현격히 향상됐고, 동일본 대지진으로 에너지 문제와 지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했다”며 “최대 소비전력이 신칸센의 3배에 달하는 데다 땅속 깊이 달리는 리니어 신칸센이 정말로 바람직한 교통수단이냐”고 반문했다.

◆JR도카이 “지금이 착공 최적기”

JR도카이 측은 리니어 신칸센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꼽으면서 사업성을 자신하고 있다. 기존 신칸센의 수송 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졌고, 새로운 교통수단을 정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야마다 요시오미(山田佳臣) 사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하루빨리 공사에 착수하고 싶다”며 “지금 손을 대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요금, 배차간격 등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돼 있다. 리니어 신칸센의 요금을 기존 신칸센보다 700엔 높이는 수준에서 책정하고, 상·하행선 각각 1시간에 5대씩 배치한다는 것이 JR도카이의 구상이다.

by 100명 2013. 9. 27. 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