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26일(현지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연례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13년간 MS를 이끌며 글로벌 IT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CEO로 군림했던 발머가 최근 은퇴를 선언, 다시는 이 같은 행사에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현한 대목이다.

발머의 쓸쓸한 퇴장은 모바일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MS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CEO인 발머만의 잘못일까. 아니면 또다른 사람의 판단착오가 있었던 것일까.

MS의 몰락은 발머가 아니라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의장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IT전문매체 기가옴의 선임기자인 바브 대로우는 "발머는 게이츠가 회사를 잘못된 길로 빠져드게 한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게이츠의 사업전략이 미국 법무부와 반독점 분쟁을 일으켰고, 이 사건을 계기로 회사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대로우는 또 "게이츠가 지나치게 윈도 비스타에 집착을 보인 것이 MS가 모바일에 소홀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MS가 크나큰 실패를 맛본 운영체제(OS) 윈도 비스타를 내놓은 시점이 아이폰이 출시된 해와 같은 2007년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IT전문매체 컴퓨터월드는 "빌 게이츠가 만약 인터넷에 더 관심을 가졌다면, 구글은 창업 초기에 망했을 것"이라면서 "윈도를 기반으로 브라우저(인터넷 접속프로그램), 오피스 같은 연관 시장으로 확장하는 MS의 전략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스티브 발머 MS CEO는 사실상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월가(街) 투자자·애널리스트와의 대화에서 "2000년대 초 윈도(운영체제)에만 집중한 나머지 휴대전화와 같은 새로운 기기를 개발하는데 역량을 쏟아붓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2007년 애플이 스마트폰 '아이폰'을 가지고 나왔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다며 평가절하했던 발머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자신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by 100명 2013. 9. 27.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