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이 27일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4년형을 선고받고,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마저 법정구속되자 그룹 임직원들은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며 충격에 빠졌다.

그룹 측은 전날 밤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김원홍씨가 대만에서 강제 송환됨에 따라 2심 선고 공판이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SK 한 임원은 "횡령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원홍이 대만에서 강제 송환돼 들어왔는데도 증언을 듣지 않고 선고를 내린 게 아쉽다"며 "이제 대법원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수감 생활이 장기화됨에 따라 SK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그룹 경영은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등 그룹 내 주요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에너지 등 내수 사업은 큰 문제 없이 굴러갈 수 있어도 전략적 해외 투자는 '올스톱' 상태에 놓인다는 점이다.

해외 중장기 투자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 머물러 온 최태원 회장이 전적으로 담당해 왔다. 대표적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긴 곳이 태국이다. 최 회장은 구속되기 전 태국 잉락 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와 재계 총수 등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조기 재해 경보시스템 수주 작업을 벌여왔다. 태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PTT그룹과는 석유 저장 창고 신규 건설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이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수주 경쟁에서 탈락했을 때도 최 회장이 지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현지에서 나왔다. 또 터키 화력발전소와 터널 공사 건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대주주의 장기 부재에 따른 문제는 단기 실적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적 투자에서 나타난다"며 "이 상태가 좀 더 지속되면 당장 SK의 미래 성장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13. 9. 30. 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