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책임 없다" 보상 뒷짐…관련 규정없어 소비자만 골탕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사는 건설업자 조모(59)씨는 지난달 9일 구형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전화번호를 최신 스마트폰으로 옮기려고 동네 SK 공식 지정 대리점을 찾았다가 직원의 실수로 400여개에 달하는 전화번호를 모두 날려버렸다. 대리점은 직원의 실수를 인정하고 전문업체에 맡겨 데이터 복원을 했으나 되살린 전화번호는 120여개에 불과했다.

황당한 조씨의 항의에 대리점 측은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조씨는 이 대리점의 모 회사인 SK텔레콤 고객상담실에도 수차례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대리점과 똑같았다.

조씨는 "사업 밑천과도 같은 거래처 연락처가 담긴 전화번호부를 날려 영업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보상도 보상이지만 가입자 늘리기에만 몰두할뿐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나몰라라하는 통신사와 대리점의 태도에 더욱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신사나 대리점의 실수로 휴대전화의 중요한 정보를 잃는 피해를 보고도 구제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특히 보상 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통신사들의 태도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3일 한국소비자원과 대한주부클럽 청주지부에 따르면 최근 휴대전화 AS 도중 중요한 자료가 삭제됐는데도 통신사나 대리점이 보상을 회피한다는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 요청이 매주 1∼2건씩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와 같이 정보 저장 용도로 이용되는 전자기기는 수리나 업그레이드 서비스 전에 소비자에게 자료 백업을 확인하거나 작업 시 자료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동의를 받도록 해 분쟁 발생 소지를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새롭게 정보 저장 창고 역할까지 하는 휴대전화 업계에서는 이런 사전 공지를 준수하는 곳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전언이다.

통신사나 대리점은 데이터 손실에 대한 피해 보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삭제되거나 손상된 데이터의 백업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통신사나 대리점 직원의 명백한 실수가 입증되더라도 실제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무형의 자신이기 때문에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보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나 대리점이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면 소비자로서는 마땅한 대응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나 대리점 직원의 명확한 실수인데도 보상을 미루는 것은 명백한 횡포"라며 "보상 규정이 없더라도 소비자원 분쟁 조정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무형의 피해라는 점에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려면 명확한 보상 규정과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통신사는 데이터 백업 등에 대해 의무적으로 사전에 고지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0. 6.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