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현장을 가다]

올해 수입량, 2009년의 17배… 우리 연안 갈치와 맛 비슷해

"냉동 창고 지을 수 없나" 문의하는 한국인 많이 늘어


지난 3일 오후 서부 아프리카 국가인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남서쪽으로 두 시간 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어촌(漁村) 움부르(Mbour). 세네갈인이 '피로그'라고 부르는 어선이 모래사장에 가득 차 있었다. 피로그는 길이 8m 무게 250㎏ 이상인 나무배에 모터를 단 원시적인 어선이다. 배를 대는 접안 시설은 따로 없었다. 피로그는 모래사장에 올라와 있었고, 잡은 생선은 마차(馬車)가 운반했다. 움부르에서 최근 수년간 가장 수익성이 좋은 생선은 현지어로 '딸라'라고 불리는 갈치다.

현지에서 2~6월 잡히는 갈치는 최근 2년 동안 값이 두 배로 뛰었다. 엘 아지 은다우 움부르 어촌 계장은 "2012년 1㎏에 320세파(712원) 하던 갈치 값이 이번 시즌에 600세파(1323원)로 올랐다"며 "수출용 가격은 말해줄 수 없지만 오른 폭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은다우 계장은 "한국인이 많이 찾기 시작한 시점과 값이 오른 시점이 일치한다"며 "최근에는 이곳에 냉동 창고를 짓겠다며 사정을 알아보러 오는 한국인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세네갈 갈치의 올해 국내 수입량은 9월까지만 1만3830t으로 2009년 한 해 전체 수입량의 17배에 달한다. 국내 대형 마트에서 세네갈 갈치의 판매량도 매년 두 배로 늘고 있다. "세네갈 갈치가 한국 연안에서 잡히는 갈치와 맛이 비슷하다"는 것이 아프리카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인의 입소문을 타면서 수입이 늘기 시작했다. 현지의 한 수산물 수입 중개업자는 "이란이나 파키스탄에서도 갈치를 수입해봤지만 세네갈 갈치가 기름기가 많아 우리 연안의 갈치와 가장 비슷하다"고 말했다.

세네갈 다카르의 수산시장 숨베디움에 세네갈의 전통 배이자 어선인 피로그가 빽빽하게 정박해 있다(오른쪽). 세네갈 다카르 델피너스의 냉동 창고에 보관된 갈치(왼쪽). 최근 세계적인 수요 증가로 세네갈 갈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세네갈=정성진 기자

2011년 일본 원전 사고도 세네갈 갈치 수입 증가에 불을 지폈다. 동북아시아 연안의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서양에서 잡히는 세네갈 갈치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다카르 디암니아디오에서 2만여평의 냉동 공장을 운영하는 델피누스사(社)의 양복동 사장은 "최근에는 한국 업자들끼리 경쟁적으로 갈치 가격을 올려놓고 있어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양 사장의 창고에는 민어와 침조기(조기의 일종)도 냉동 보관돼 있다. 이것도 국내 연안의 민어나 조기와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국내에서 꽤 팔린다. 양 사장은 "국내 업자끼리 경쟁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업자들도 이곳에서 생선을 사가는 경우가 많아서 가격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움부르의 은다우 어촌 계장도 "중국인들도 최근 갈치를 많이 사가기 시작했고, 일본인들은 문어를 주로 수입해 간다"고 말했다. 수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한·중·일의 경쟁이 서부아프리카 앞의 대서양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수입 수산물 중 국내 시장에 자리를 잡은 것은 갈치만이 아니다. 태국 흰다리새우, 노르웨이 고등어, 베트남 주꾸미 등은 싼 가격과 국내산과 비슷한 맛으로 이미 꽤 인기 있는 수입 수산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외국 수산물을 발굴하기가 쉽지는 않다. 한 국내 대형 마트 관계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체 수산물을 찾아서 수입해보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 2일 세네갈 다카르에서 한·아프리카 수산포럼(KORAFF)을 열어 지속 가능한 어업에 대해 논의한 것도 수산물 자원 확보와 관련이 있다. 홍현표 KMI 실장은 "우리는 아프리카의 자원이 필요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수산 기술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아프리카에 수산 기술이나 정보를 주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리에게 자원을 주면서 양자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전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0. 8. 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