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 국정감사에서는 이석채 KT 회장, 백남육 삼성전자 부사장 등 기업 인사부터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까지 굵직한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돼 주목을 받고 있다.

KT 이석채 회장은 ‘통신공공성 침해 및 공공인프라 사유화 스카이라이프 대주주의 지위 남용’ 등의 문제로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KT스카이라이프 문재철 사장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 관련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또한 ‘막말·편파 방송’이라는 이유로 종편 TV조선 김민배 보도본부장과 채널A 김차수 보도본부장, ‘종편승인 자료 위법 편법 사례 검증’ 차원에서 MBN 유호길 경영기획이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2010년 종편 사업자 선정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이병기 전 방통위 상임위원도 국회 출석을 요구받았다.

이 밖에도 ‘통신사의 대리점 대상 횡포근절 및 상생협력 방안’ 관련 최주식 LG유플러스 부사장, ‘휴대폰 단말기가격의 적절성 여부 및 소비자 보호문제’ 관련 백남육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 본부장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해직언론인 사태’와 관련해서는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까지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그 면면이 화려하다.

   
▲ 이석채 KT 회장(뉴스1)

언론 길들이기, 기업감사? 증인 채택돼도 안 나오면 그만

최근 TV조선과 채널A, MBN 최대주주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매일경제>는 연일 종편 보도본부장 등의 국감출석을 앞두고 ‘언론 길들이기’라고 몰아가고 있다. 또, 전경련에서도 “‘국정’감사가 아닌 ‘기업’감사가 됐다”고 비난중이다.

이 가운데, <조선일보>는 5일 ‘초유의 민간방송 보도국감…정치권력의 언론 길들이기’ 기사와 7일 ‘11년 전 MBC 국감 반대하던 최민희 이젠 민영방송 국감하겠다고 나서’ 기자수첩에 이어 8일에는 ‘언론 통제하라고 국회에 국정감사권 준 것 아니다’라는 사설까지, 그야말로 노골적으로 신문을 통해 불편함을 드러내는 중이다. <조선일보>에서는 ‘할 말은 한다’는 입장이겠지만 언론학자들은 이 같은 행태를 두고 ‘지면 사유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종편과 전경련이 비판하고 나서자, 증인채택을 합의했던 제1당 새누리당이 이에 편승해 야당을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는 새누리당의 합의가 없었다면 이 같은 증인채택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2012년  국정감사에서는 MBC 김재철 사장을 부르자고 야당이 요청했으나 끝내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던 기억을 잊어선 안 된다.

결국, 김재철 사장은 민주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인 환노위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재철 사장은 외유성 출장으로 국감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국정감사 ‘증인 채택’은 안 나오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 (뉴스1)

국정감사 ‘거물’ 증인, 채택만 되면 모하나

현재 채택된 증인들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이제 조만간 ‘불출석’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국감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는 KT 이석채 회장의 경우 지난해 5차례 출석 요구를 무시한 김재철 사장이 연상되기까지 한다. 

KT 이석채 회장은 14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가 아닌 31일 확인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KT측에서 이 회장의 일정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해 출석일자를 늦춰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배려까지 받은 이 회장이 과연 31일 날 국감에 출석할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벌써부터 ‘불출석’ 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KT는 이석채 회장이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 2013> 행사 참석을 위해 오는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아프리카 르완다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해외출장’이다. 지난해 MBC 김재철 전 사장과 YTN 배석규 사장의 ‘불출석’ 이유 역시 해외출장 때문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7일 성명에서 “이석채 회장이 국회에 출석해 국민에게 해명해야 할 현안은 ‘정치권 인사 영입’, ‘친인척 특혜 의혹’, ‘부동산 헐값 매각 논란’, ‘종편 출자’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며 “그가 가야 할 곳은 아프리카 르완다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정감사장”이라고 꼬집었다.

어디 KT 이석채 회장뿐일까. 정무위 증인으로 채택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와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박재구 CU 대표와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대표 등도 과연 출석할지 의문이다. 또, 국토위에서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전경련 허창수 회장과 현대건설을 비롯한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건설, GS건설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확정됐다. 이들 중 국감장에 증인으로 설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이미 국회에서는 ‘증인출석 강화법’ 제출됐지만

국정감사 때마다 되풀이 되는 ‘불출석’ 사태, 하지만 이를 제어할 장치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없다. 또, 그만큼 증인출석을 강화하고자하는 사회적 목소리는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국회 증인출석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제도적 방안으로 △강제구인제도 도입 △국회 고발 요건 완화 △불출석 처벌규정 정비 △국정조사 시 강제구인 도입 등을 제시했다.

당시 국회입법조사처는 ‘강제구인제도 도입’과 관련해 “기본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지만, 기본권의 강력한 제한을 보상할 만한 중대한 공공의 이익이 인정될 경우에 한해 극히 예외적으로 제도적 도입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회 고발 요건 완화’에 대해 “청문회 증인불출석의 경우, 일반적 고발 요건을 재적위원 1/3 이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증인불출석에 대한 형사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현재 청문회를 제외하고 위원회 또는 본회의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국회 고발이 이뤄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불출석 처벌규정 정비’와 관련해서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의 벌금형을 상향 조정해 불출석 증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증감법 제13조 국회모욕죄의 법정형에 벌금형을 추가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그리고 실제 국회 증인에 대한 고발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김재철 사태를 막아보자는 취지의 법안들도 발의됐지만 이 중 어떠한 것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국회가 국정감사 ‘증인 채택’만 해놓고 끝낼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by 100명 2013. 10. 10.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