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KT 등 국내 4대 통신업체들이 지난 200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무려 237조 26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정부예산의 절반을 넘는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다. 업체별로는 KT 107조 5004억 원, SK텔레콤 67조 5945억 원, LG유플러스 50조 2916억 원, SK브로드밴드가 11조 8735억 원이다. 순수하게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간 영업이익도 21조 8831억 원으로 실로 엄청나다. 이들 업체가 판매촉진·시장조사 등 마케팅 비용으로 쓴 돈이 44조 6200억 원에 달하고, 광고선전비도 3조 6900억 원이나 들어갔다.

요즘 각 가정마다 통신요금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 따르면 올해 2인 이상 가구의 통신비 지출액은 약 16만 7000원으로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통신비 중에서도 무선통신비는 월평균 약 13만 원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가계소득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한국은 10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휴대폰과 인터넷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요금을 내고 쓴다는 얘기다.

비싼 요금 속에는 통신사들이 상대방의 가입자를 빼오거나 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해 단말기를 자주 교체하게 하는 마케팅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가입자들이 낸 통신료를 갖고 더 많은 통신료를 벌어들이기 위해 펑펑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신료 인하 요구에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외면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투자에 비해 이익이 많지 않다거나 경영여건이 악화되었다는 변명을 늘어 놓았다. 통신사들은 경영여건이 안 좋은데도 2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어떻게 올렸는지 공개하고 각성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가입비 폐지와 알뜰폰 활성화만으로는 현실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고객부담을 줄이려면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한다. 방법은 단말기 가격을 공개하고 보조금 지급 단속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마침 지금 국회에 단말기 출고가 공개 및 보조금 금지를 골자로 한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여야는 올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by 100명 2013. 10. 11. 0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