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IPTV 500만 가입자 돌파 기념식 장면. <매경DB>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 사는 이수현 씨(가명· 30)는 최근 IPTV 서비스를 신청한 후 TV를 보는 일이 스트레스가 됐다. TV 화면이 곧잘 깨지거나 아예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끊겼기 때문이다. AS를 세 번이나 받은 이 씨는 결국 해당 이통사에 항의해 위약금 없이 IPTV를 해지했다. AS 기사가 “이 아파트는 IPTV를 보기에 적합한 인프라가 아니다. AS를 계속 받는 것이 의미가 없다. 아예 케이블TV로 변경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출범 5주년을 맞는 IPTV가 가입자 수 800만명을 바라보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고질적인 데이터 끊김 현상이 여전해 시끄럽다. 특히 이 씨 사례처럼 지어진 지 10년 이상 됐거나 재건축을 앞둔 오래된 아파트에서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최신 인터넷 전용선이 매설되지 않아 IPTV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서도 이통사들이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용량 콘텐츠 증가하는데

망 투자는 줄여…‘끊김 현상’ 여전


현재 일반 가정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한 ‘광랜(Optic LAN)’에 의해 공급된다. 기존에는 전화국에서 아파트 건물 지하의 통신실까지만 광랜이 연결되고 통신실에서 가정까지는 전화선으로 연결하는 VDSL 방식이 주를 이뤘다. 말하자면 ‘동맥’은 광랜으로, ‘모세혈관’은 전화선으로 연결되던 셈.

그런데 최근 HDTV 방송이 상용화되고 IPTV를 통한 풀HD급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도 대중화되면서 전화선만으로는 데이터 전송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해상도가 720×480인 기존 SD방송보다 HD방송(1280×720)은 화소 수가 약 2.5배, 풀HD방송(1920×1080)은 약 6배인데 이에 비례해서 데이터 전송량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통사들은 아파트 통신실에서 가정까지도 전화선이 아닌 광랜으로 연결되는 ‘FTTH(댁내 광케이블)’ 기술을 상용화해 보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FTTH 기술이 아직까지는 신축 아파트 위주로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통사들은 기존 VDSL 장비가 설치된 구형 아파트에도 FTTH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수조원대에 달하는 비용과 아파트 입주민 측의 공사 허가 등 번거로운 절차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전국의 FTTH 보급률은 50%에도 못 미쳤다.

FTTH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IPTV를 설치할 경우 데이터 전송량 과부하로 끊김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높다. FTTH 보급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지만 이통사들은 장비 업그레이드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통 3사와 SK브로드밴드 등 4개 사업자가 지난해 초 발표했던 수요 예보량은 1조6449억원이었지만, 올 4월 이들의 네트워크 장비 투자 계획은 총 1조1468억원에 그쳤다. 이통사들이 원활한 서비스 환경도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입자 수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승권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교수는 “IPTV 서비스가 단기간에 급격히 성장한 것은 그 자체가 혁신적인 것이라서가 아니라 이통사들이 결합 상품으로 저렴하게 공급한 강력한 마케팅 때문이었다”라며 “사업자들이 양적인 성장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질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꼬집는다.

by 100명 2013. 10. 13. 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