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병원에서 낸 수익, 병원 밖으로 투자 못해…연구 투자 하려고 원장 월급으로 처리]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14일 공개한 건강보험공단 신고액 기준 대한민국 월급 상위 50위권에는 의료기관 종사자가 무려 10명이나 포진해 있다. 5명중 1명꼴로 의사인 셈이다.

본문 이미지 영역
본문이미지
/자료=김현숙 의원실
김 의원 자료에 따르면 자생한방병원 S씨는 국내 연봉 1위(신고액 기준)를 차지했고, 라피메디앙스정형외과의원 K씨, 밝은성모안과의원 K씨, 고00병원 K씨, 봄빛병원 K씨, 서울여성병원 S씨, 한솔병원 L씨, BK성형외과의원 K씨, 힘찬병원 L씨, 편강한의원 K씨 등 9명도 월급 상위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자생한방병원 최고위직을 맡고 있는 S씨는 월급이 17억원, 연봉으로는 204억원을 받았고, 라피메디앙스정형외과의원 K씨도 월급 9억2600만원(연봉 111억1200만원), 밝은성모안과의원 K씨도 월급 8억9300만원(107억1600만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해당 병원의 오너 경영자 내지는 병원장이나 이사장 같은 최고위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얻은 수익 병원 밖으로 투자 못해 생긴 '기형 연봉'=그렇다면 병원에 이처럼 최고액 연봉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병원에서 벌어들인 돈을 병원 밖으로 투자하는 것을 전면 금지한 병원 규제가 이처럼 비정상적인 연봉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한 병원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관은 외부 투자를 받는 것은 물론 외부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며 "비영리 기관인 병원이 병원에서 낸 수익을 다른 기관에 재투자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의료법인이나 사학법인, 공공재단법인 등으로 법인화하지 않은 개인 소유 병원은 병원에서 낸 수익을 병원장 월급으로 높게 산정한 뒤 이 월급을 실제로는 외부에 다른 용도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법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개인 소유 병원은 병원에서 낸 수익을 병원장 월급으로 잡은 뒤 실제로는 이를 병원 외부 시설 투자나 연구 활동 등에 쓰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최대 월급을 준 자생한방병원은 부천에 위치한 자생의료재단에서 양방 사업과 환자지원 사업, 연구 활동 등을 담당하는데 자생한방병원에서 번 돈을 이 의료재단에조차 투자하면 안 된다. 따라서 병원 오너의 개인 소득 상당부분을 다시 재단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재단이 운영되고 있다.

과거에는 네트워크 병원 형태로 연결될 경우 병원에서 낸 수익을 재단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난해 개정한 '의료인 1인 1개소' 규정에 따라 이마저도 막혔다. 의료인은 반드시 하나의 의료기관만 운영해야 하고 그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낸 수익은 해당 의료기관에서만 모두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병원 영리화되면 최고액 연봉자도 사라진다?=이 같은 이유로 자생한방병원은 현재 의료법인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애초 의료기관이 없는 곳에 의료기관 설치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의료법인 제도이기 때문에 서울 및 수도권에 있는 병원이 의료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며 "사실상 돈 버는 병원을 비영리로 묶어 놓은 국내 의료법이 이처럼 희안한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어차피 병원에서 번 수익을 병원 밖에 쓰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병원 오너가 천문학적인 월급을 몰아주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발표된 월급 상위 50위권엔 단일기관으로는 '삼성전자' 직원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 직원 중 가장 많은 월급은 받은 사람은 14억3100만원을 받은 S씨이고, 10억5800만원을 받은 L씨, 6억9300만원을 받은 C씨, 6억5400만원을 받은 L씨 등이 뒤를 이었다.


by 100명 2013. 10. 14.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