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기업 계열의 캐피탈사와 대부업체 등을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효성그룹과 동양그룹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계열 금융회사를 마치 사금고처럼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평소에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탓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주요 대기업계열 여신전문회사(카드사 제외)는 10여개사에 달하며 자산은 약 43조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캐피탈(자산 21조7000억원)과 현대커머셜(4조1000억원) 등을 비롯해 롯데, 두산, 동부, 효성, 농심, 케이티, 아주그룹 등이 캐피탈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외에 아주캐피탈(5조1000억원), 롯데캐피탈(4조3000억원), 케이티캐피탈(3조2000억원), 효성캐피탈(2조5000억원) 등의 순으로 자산규모가 크다.

문제는 현행법상 비상장 캐피탈사에 대한 별다른 내부통제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아주캐피탈을 빼면 대기업 계열의 캐피탈사들은 모두 비상장사다. 이들 비상장 캐피탈사들은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를 둬야할 의무가 없다. 대주주 특수 관계인이나 계열사 임원 등도 마음대로 이사에 선임될 수 있다. 남의 돈을 받는 수신기능 없이 자기 돈으로 여신업무만 전담한다는 이유로 규제를 느슨히 한 까닭이다.

그러나 근래 효성캐피탈 등에 대한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에서 알 수 있듯이 부작용이 적잖다. 눈치 볼게 없으니 대주주 대출을 하면서도 이사회 결의나 정해진 공시·보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임원들을 동원한 차명대출과 불법자금 조성의 통로로 악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금융당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고민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의 자율 통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 사항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계열의 대부업체도 규제 무풍지대다. 더구나 대부업체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독권을 갖고 있어 사실상 금융당국의 규제로부터 벗어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대형대부업체 등에 대해 소비자보호 부문을 중심으로 검사할 뿐이다.

동양그룹이 계열사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자금조달용 기업어음(CP)을 찍어 계열사 간 돌려막기를 해왔지만 마땅히 규제할 수단이 없었다.

일단 금감원은 주요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섰다. 제재 검사권은 없지만 동양과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한 사전 점검 차원이다. 현대해상의 하이캐피탈대부, 신안그룹의 그린씨앤에프대부, 현대중공업의 현대기업금융대부 등이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들이 계열사와 거래한 내역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현행 법체계 내에서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들을 따로 규제할 근거가 부족해 일반 대부업체들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선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by 100명 2013. 10. 15.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