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장관 "소송 취하 발언"에 업계 화들짝
'요금인가제'가 논란의 핵심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이동통신사의 수익원인 통신비 원가 공개가 이동통신 업계의 새로운 화약고로 떠올랐다.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이 원가 공개를 요구한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통신비 원가 공개가 논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은 전날 최문기 장관이 미래부 국정감사에서 통신원가 공개판결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항소 취하 시 미래부가 가지고 있는 통신비 원가 정보가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에 맞서 사활을 걸고 영업비밀을 지키고 있는 이통사들이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궁지 몰린 최문기 "소송 취하 검토" 발언
이통사는 "요금 원가 공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일" 반발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2011년 옛날 방통위를 상대로 우리나라 통신비가 비싸다며 ▲요금 원가 ▲원가산정 자료 ▲이통3사의 원가 보상률 ▲이용약관 신고 내용 및 평가 자료 ▲요금 산정 근거를 공개하라고 정보공개청구 했다.

방통위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자 참여연대는 법정으로 이 문제를 가져갔다. 결국 지난해 9월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SK텔레콤이 항소했고, 방통위도 따라서 항소했다.
 
그러나 올해 미래부 국감에서 의원들이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하자, 궁지에 몰린 최 장관이 "항소 취하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통사들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원가 공개는 유례가 없다"고 비판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요금 원가 공개 논란의 발단은 '요금인가제' 때문
이통사는 영업기밀 자료 정부에 제출해야 인가 받을 수 있어


특히 업계는 국내 시민단체가 이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이 요금인가제 때문이라고 따지면서 요금인가제에도 불똥이 튀는 형국이다.
 
요금인가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에서만 시행하는 제도로, SK텔레콤과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사 고객을 빼앗아 올 수 있는 약탈적 요금제를 내놓는 것을 방지하려 만들어졌다.
 
미래부는 SK텔레콤이 요금을 인상할 때만 요금인가제를 적용한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이통사 관계자는 "오히려 요금을 내릴 때 인가제를 적용하는 것이 요금인가제 취지를 살리는 것"이라며 " 실상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 대부분 인가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통신 요금을 내리는데 일조한 무제한 통화 요금제도 미래부서 인가를 받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신고만 하면 되는 KT와 LG유플러스도 인가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인 절차를 밟는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요금 인가를 받을 때 이통사들이 미래부에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각종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 이 제도 때문에 정부는 참여연대가 요구한 이통사들의 원가산정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참여연대도 이를 알고 방통위에 통신비 원가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영업비밀을 아예 가지고 있지 않아 이런 요구를 할 수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요금인가제'로 인한 부작용 심각…요금 경쟁 해쳐 폐지 주장 제기

요금인가제가 이통사들 간 천편일률적인 요금제를 유도하는 부작용도 있다. 권은희 의원(새누리당)은 국감에서 "1위 사업자가 일정 수준의 요금제를 정하면 경쟁사들은 마케팅 경쟁만하고 요금경쟁은 안 한다"며 "인가제를 없애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최문기 장관의 '항소 취하 검토' 발언에도 SK텔레콤은 끝까지 항소를 해 싸울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미래부의 소송 취하와 관계 없이 취하 후에도 미래부가 통신비 원가를 공개를 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영업비밀이 다 공개되면 기업 입장으로선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by 100명 2013. 10. 15.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