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을 했던 사람들은 `014××`란 번호를 기억할 것이다. 모뎀으로 전화를 걸어 PC통신과 인터넷을 하던 시절. `삐~.` 접속음이 들리면 새로운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거 같은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시골에 살던 필자의 큰 고민은 집에선 014××에 접속할 수 없어 할인 혜택이 없었다는 점. 전화비가 나올 때 부모님께 혼나는 것처럼 서러울 때도 없었다. 촌이어서 비싼 인터넷을 쓴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어린 맘에 정부와 당시 한국통신을 원망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수도권과 지방을 차별하는 일이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에서 반복되고 있다. KT는 최근 모든 LTE폰에서 광대역이 된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선 분명 과장 광고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LTE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KT가 광대역 LTE 전국망을 구축하는 것을 내년 7월까지 제한했기 때문이다.

KT LTE 가입자 중 절반인 지방 LTE 가입자는 같은 비용을 내고도 광대역 LTE를 사용할 수 없다. 정부가 주파수 경매를 진행하면서 지역을 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지방 사람들이 수도권 사람들보다 현저히 데이터 사용량이 적을까. `아니다`가 정답이다. KT에 따르면 수도권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을 100으로 놓을 때 지방 사용자의 경우는 93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부가 남긴 관련 회의 기록은 주파수할당정책자문위원회가 남긴 `할당방안 검토의견 종합 및 총평` 한 페이지가 유일하다. 당시 회의에서 서비스 시작일을 제한한 `할당 조건`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고 나와 있다. 미래부가 어떤 이유로 광대역 LTE 시작 일시를 `전국은 내년 7월`로 제한하게 됐는지 기록은 없다. 서비스 시점을 제한하면서 주장했던 공정 경쟁도 이미 해당 사항이 없어졌다.

경쟁사도 KT와 똑같은 시기인 내년 7월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LTE 광대역 서비스는 `서울에 사는 교양 있는`이란 표현으로 많은 반발을 샀던 표준어 정의와 같이 껄끄럽다. 현행대로라면 광대역 LTE는 같은 돈을 내고도 수도권 사람들만 쓸 수 있는 2배 빠른 서비스다.

by 100명 2013. 10. 15.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