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주파수 경매로 KT가 이른바 ‘황금 주파수’를 거머쥐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 주가는 외국인 매수세를 등에 업고 상승하며 치열했던 주파수 전쟁을 무색케 하고 있다.

주파수 경매가 끝난 8월 30일 3만6100원이었던 KT주가는 16일 3만5500원으로 1.65% 떨어졌다. 반면 SK텔레콤 주가는 22만1500원에서 23만3000원으로 5.19% 상승했다. 경매 직후 일주일 동안 KT 주가는 2.08% 오르며 주파수 효과를 누리는 듯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주파수가 통신사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은 분명하지만, KT가 아직 우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봉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파수 경매로 통신 3사 모두 광대역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결국 관전 포인트는 각 사가 보유한 주파수를 마케팅에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라고 설명했다.

KT가 주파수 경매 이후 한 달 만에 서울에 광대역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했지만 SK텔레콤의 대응도 빨랐다. SK텔레콤은 이미 서울 주요 지역에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올해 말까지 서울 전역에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각 사의 번호이동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 시장의 승자는 5만5000여명을 불러 모은 LG유플러스였다. KT는 4만여명이 빠져나갔다. 8월 영업정지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실망스러운 수치다. SK텔레콤 역시 1만5000명 가량이 감소했지만 점차 번호이동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1위 사업자로서 유리함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의 경험도 비슷하다. 2011년 주파수 경매 당시에 단독경매로 주파수를 낙찰 받은 LG유플러스 주가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주파수 확보 자체보단 그로 인한 수익과 비용이 어떻게 나타날지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통신주 투자 포커스가 외국인 매수세와 배당 매력에 맞춰진 것도 주파수 이슈를 부차적으로 만들고 있다.

원형운 동부증권 연구원은 “KT가 제일 먼저 광대역 서비스를 론칭했는데도 가입자 이탈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광대역 서비스가 더 확대돼 가입자가 증가하면 주파수 효과가 나타나며 주가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y 100명 2013. 10. 17. 0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