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장관, 국감서 추진 가능성 언급…업계 "유례없는 일"

원가는 핵심 영업비밀 노출되면 공정경쟁 위협…미래부 "확정된 것 아냐"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기업이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도면을 공개한 채 경쟁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통신 품질과 서비스 구성 등이 업체마다 달라 원가를 따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불거진 통신요금 원가 공개 논란에 대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은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유성엽 민주당 의원 등이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사진)에게 통신요금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최 장관이 일부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원가 공개에 나서면 통신사들과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최 장관 발언 ‘일파만파’

최 장관은 지난 14일 통신요금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대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부)가 제기한 항소를 미래부가 취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미래부 국정감사에서 통신업체들의 통신요금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원가 공개 불가’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참여연대는 2011년 방통위를 상대로 통신요금 원가 및 요금 산정 근거 자료, 서비스 이용약관 신고 내용 근거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의 가계 통신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 이유였다. 방통위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거절하자 참여연대는 법정으로 갔다. 방통위를 상대로 ‘정보 공개 거부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참여연대)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영업보고서 대부분은 영업비밀로 인정해 비공개 대상으로 판결했지만 영업통계 등 영업보고서 일부와 약관 설명·심의 자료는 공개하라고 한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 참여연대는 물론 피고인 방통위와 보조참가인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미래부가 항소를 취하하면 법원이 공개하라고 명령한 정보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통신 3사 강력 반발

통신사들은 최 장관의 발언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원이 공개하라고 명령한 정보는 통신사들이 매년 미래부에 제출하는 영업보고서와 요금제를 인허가받을 때 내는 약관 설명 자료 등이다. 미래부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요금 인가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하다는 이유로 통신사들에 이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공개하라고 명령한 정보에는 핵심 경영전략과 영업상 비밀 등이 포함돼 있다”며 “경쟁사 등에 노출하면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세계 민간 통신사 중 영업비밀인 원가를 공개한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금을 인가받기 위해 정부에 이런 자료를 제출하는 곳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자료를 공개해도 객관적인 원가를 산출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통신요금 체계가 음성 데이터 문자 부가서비스 등 여러 서비스가 결합돼 있는 데다 서비스 구현 방식도 2세대(2G), 3G, 4G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산출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미래부 “세부 일정은 아직…”

미래부는 항소를 취하할 수도 있다고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 “국가 기밀이 아닌 이상 국감에서 나온 자료 요청을 거부해선 안 된다는 여·야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소송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by 100명 2013. 10. 17. 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