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유율 규제`가 미디어 혁신 가로막는다
(하) 유료방송 규제 바람직한 원칙은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과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이 이 날 증인으로 나선 것은 최근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또 이번 국감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에 대한 증언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입장에서 각각 찬성과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와 관련해 두 가지 법안이 상정돼 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IPTV의 특수관계자 범위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방송을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사업자로 확대하는 IPTV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시장점유율 산정기준을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1/3로 통일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각각의 방송 플랫폼에 따라 소유 제한과 시장점유율 제한을 달리 두고 있다. SO의 경우 전체 SO가입가구의 1/3, 77개 방송구역의 1/3을 초과해 사업권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IPTV는 77개 방송구역 중에 1/3을 넘을 수 없도록 했다. 국내에서 한 개 사업자밖에 없는 위성방송은 별도의 점유율 규제가 없다. 케이블TV SO의 경우 지역 보도 채널을 활용한 지역 여론 독점 방지를, IPTV의 경우는 수익성이 높은 지역 위주의 사업 방지를 목적으로 각각 점유율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 두 개의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면 모든 사업자는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1/3 제한을 받게 된다. 케이블과 IPTV와 위성방송 등 서로 다른 방송플랫폼업체라 하더라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합쳐 규제를 받게되는 것이다.

홍문종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방송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공룡기업의 등장을 미연에 방지해 방송산업 진흥과 공정경쟁의 균형을 맞추겠다"면서 "다양한 기술발전을 통한 품질 높은 서비스와 다양한 업체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이 폭넓게 보장되고 시청자의 권익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전병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IPTV법 개정안도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특정 IPTV 사업자의 통신시장 지배력을 방송시장에까지 전이시켜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경쟁구조를 왜곡하는 주된 원인이 될 우려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이들 개정안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포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부측은"특수관계자 합산 점유율 규제는 방송의 다양성 보장과 경쟁 활성화를 통한 산업발전의 양 측면을 신중히 고려해 시청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유료방송 규제개선을 둘러싼 최근의 뜨거운 논쟁이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시청자) 권리를 향상시키며, 프로그램 제공자(PP)를 비롯한 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대해 기여할 수 있는지를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통해 입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산업 영역에서 특정 사업자의 독과점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후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최근 정치,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네이버 문제도 실질적으로 불공정 이슈 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후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고, 인위적으로 사전에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거나 특정 사업자를 끌어내리려는 정책적 시도는 없는 상황이다.

시장점유율 상한 규제와 같은 사전규제는 기본적으로 사업자간 경쟁을 저해하고 신규 서비스 투자와 같은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주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사전규제는 기술 진화나 시장의 변화, 소비자의 요구를 거스를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입법 절차에 들어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1/3 제한과 합산규제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보다 더 신중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유료방송도 방송인 만큼, 본래의 방송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보도기능과 관련이 없는 단순 전송사업자(SO, IPTV, 위성방송)에도 지상파 방송사 수준에 준하는 방송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이 적합한지도 재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논의되고 있는 1/3이라는 수치가 과연 합당한 것인가도 논의돼야 한다. 실제 미국의 사례를 보면, 2008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케이블TV 사업자의 30% 시장점유율 제한 규칙에 따라 규제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으로부터 무효 결정을 받은 바 있다. FCC는 미국 유료방송시장의 24.8%를 점유한 컴캐스트를 견제하기 위해 규제를 발표했지만, 결국 컴캐스트가 항소했고, 미국 항소법원은 이듬해 항소를 받아 들였다. 유럽도 보도 기능이 있는 지상파 방송 외에 케이블, IPTV, 위성방송 사업자에 대해 가입자수를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 규제를 두고 있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신홍균 국민대 교수(법학)는 "사전규제도 좋지만, 매우 세심하게 잘 만들어야 하며, 1/3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도 좀 더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신 교수는 "케이블 사업자가 사전규제를 받기 때문에 IPTV와 위성방송 사업자도 같이 받으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강한 규제로 수렴하는 것은 더 문제가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대해서도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동일 시장점유율 제한 기준 적용의 근거는 동일 서비스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지역뉴스 등을 방송하고 있는 케이블 사업자와 이같은 기능이 전혀 없는 서비스 사업자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장점유율 제한과 합산규제가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대부분이 공감한다. 인위적인 시장점유율 제한의 결과가 결국 시청자가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홍균 교수는 "시장점유율 제한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은 시청자인 소비자가 두 개 이상의 서비스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P를 비롯한 콘텐츠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케이블 시청료가 IPTV 등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황에서 인위적인 점유율 제한이 오히려 콘텐츠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이나 법제도 제정과정에서 법제상의 균형을 맞추는 것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콘텐츠 생태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다양한 기술발전을 통해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업체간 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이 폭넓게 보장되고 시청자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광고학)는 "유료방송의 여러 서비스 형태를 동일 서비스로 볼 수 있는지, 또 경쟁 대체재가 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면서 "시장점유율 제한이 사업자간의 경쟁을 촉진할 것인지 억제할 것인지, 또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지, 힘이 약한 개별 PP에게 도움이 되고 콘텐츠 생태계가 개선될 수 있는 등 다각도로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인위적인 시장점유율 제한 등으로) 경쟁을 제한 받게 되면 유료방송이 저가시장으로 고착화돼 콘텐츠 생태계와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투자요인이 줄어들어 추가 투자도 늦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by 100명 2013. 10. 18.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