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달 미국과 중국 등 11개 국가에서 프리미엄 모델인 아이폰5S와 저가형 모델인 5C를 동시에 출시 했습니다. 일단 초기 판매량은 5S가 5C보다 많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아이폰 5C의 수요 예측에 실패했으며 4분기부터는 생산량을 30% 이상 줄일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아이폰5S는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 입니다. 특히 골드모델의 경우 미국내 주문이 11월까지 밀려있을 정도 입니다.

↑ 아이폰 5S와 5C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선 죽은 잡스가 산 팀 쿡을 이겼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던 잡스가 저가 전략을 병행한 팀 쿡 보다 낫다는 의미입니다.

지난달 애플의 CEO인 팀쿡은 아이폰의 저가형 모델인 5C를 내놓으면서 "고객 층을 넓히기 위해(to serve even more customers)" 라는 표현을 사용 했습니다. 이는 신흥국인 중국과 같은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에 뺏긴 고객을 흡수하기 위해 제품 모델을 다양화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 됐습니다.

이에 대해 로렌스 바터(Laurence Balter) 오라클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사길 원하는 사람들" 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5C의 출시가 구매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애플은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삼성이 차지하도록 내버려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인식은 지난주 시행 된 미 소비자 인식 조사기관인CIRP(Consumer Intelligence Research Partners)의 조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아이폰 5S를 사겠다고 응답했고, 27%만이 저가형 제품인 5C를 사겠다고 답했습니다.

더욱이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가격을 우선 구매 요인으로 고려하는 이들에게는 아이폰5C의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조사도 있었습니다. 뉴욕의 투자전문 금융회사인 웻지 파트너스(Wedge Partners)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블레어는 "중국에서 C는 cheap(싸다)을 의미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며 "투자자들은 가격이 발표될때부터 이를 걱정해왔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이 5S의 판매에 더욱 열을 올려야 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5S의 판매 이윤이 5C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시장 조사기관인 캐나코드 제누이티(Canaccord Genuity)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애플이 5C에 쏟아붓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실제 애플은 5C의 판매를 위해 글로벌 마케팅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습니다. 초록, 노랑, 분홍, 파랑 등 다양한 색상을 슬로건으로 TV 광고와 각종 인쇄 광고 매체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인 칸타 미디어(Kantar Media)에 따르면 애플은 작년 한해 3억3340만 달러(3550억원) 가량을 아이폰 광고를 위해 사용했습니다. 이에 못지 않은 금액이 5C 판매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매자들의 반응은 냉정하기만 합니다. 이들은 실상 아이폰 5C를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5와 동일한 제품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미국의 투자은행 파이퍼 재프레이(Piper Jaffray)의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Gene Munster)는 "아이폰 5C는 말로만 신형 모델이며, 사실상은 구형 폰"이라며 "구매자들은 성능이 더 나은 진짜 새제품인 5S로 몰릴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팀 쿡이 죽은 잡스에게 배울 점은 아직도 많아 보입니다.

by 100명 2013. 10. 18.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