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회장의 각종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지지부진하자 kt내부와 검찰주변에서는 청와대 홍경식 민정수석과 황교안 법무장관 등 현 정권 사정라인의 실세들과 이석채 회장과의 관계를  새삼 주목하고 있다. 홍 수석은 이 회장과 ‘경복고-서울대’ 동문이고, 황교안 장관의 아들 성진씨는 KT 법무라인에 근무하고 있다. 홍 수석은 황 장관의 연수원 5기수 선배로 둘은 지난 2007년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검사장-검사 관계였다.

참여연대는 총 2차례 이석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2월 1차 고발 당시 참여연대는 KT가 이 회장과 8촌지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설립했거나 투자한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유 전 장관이 수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었고, 적자가 예상된 지하철 5~8호선 광고사업(SMRT몰 사업)에서 KT가 빠져나오지 않았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관련기사 링크: 미디어오늘 2013년 1월 29일자 기사 <이석채 KT회장, 친척회사 투자 ‘배임’ 논란>, 미디어오늘 2013년 2월 1일자 <KT, 광고사업 ‘적자 투자’ 이석채 배임 의혹>]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추가고발을 진행했는데 이 또한 업무상 배임 혐의다. KT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손자회사 KT AMC가 모집한 특정펀드에 28개 사옥을 매각하면서 용산사옥을 제외한 27개 사옥을 감정가보다 869억 원이나 낮게 팔았다. 그리고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옵션 포함 15년)의 장기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임대료를 감안하면 매각대금은 감정평가 대비율 75~76%다. “이석채 회장이 매각가는 헐값으로, 임차료는 고가로 함으로써 회사에 커다란 손실을 입혔다”는 게 참여연대 측 주장이다. [관련기사 링크: 미디어오늘 2013년 9월 4일자 915호 6면 <KT, 사옥 27곳 감정가보다 ‘869억’ 낮게 매각>]

   
▲ 서울중앙지검. 사진=박장준 기자.
 
그런데 검찰은 지난 2월 고발 건에 대해 별다른 수사결과를 내놓고 있지 않다. 한 KT 관계자는 “검찰이 (참여연대가 10월 10일 고발한) 부동산 건은 핵심을 짚고 수사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2월 고발 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이석채 회장이 청와대의 퇴진 압박에도 버티고 있는 점을 볼 때 오히려 검찰 내 이석채 방어라인이 자료를 수집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고발이 거꾸로 이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채 회장과 홍경식 수석은 각각 1945년 경북 성주, 195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지만, 둘 다 경복고, 서울대를 졸업했다.KT 안팍에서는 홍 수석과 이 회장이 이같은 동문 관계가 있다는 점이 검찰수사지연의 '오비이락'격의 사연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8월 29일자로 보도한 ‘청와대 이석채 사임 종용’ 기사의 배경엔 이석채 KT회장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경복고 동문으로 가까운 관계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언론계에서 있었다. 실제 이 보도 뒤 “지분 하나 없는 청와대가 민간기업을 흔든다”는 여론이 거세졌고, 퇴진론의 강도는 낮아져 이석채 회장이 조선일보에 상당히 고마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링크: 미디어오늘 2013년 9월 2일자 <‘MB낙하산’ 이석채 KT회장 옹호, 조선일보 왜?>]  이 같은 언론계의 분석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시각인 것이다.  

황교안 장관은 검사를 그만둔 뒤 2011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지냈는데 태평양은 이석채 회장이 2003년부터 5년 이상 고문으로 있던 회사다. 황 장관의 아들 성진씨는 2012년 1월 KT에 입사해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다 올해 1월 법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관련기사 링크: 미디어오늘 2013년 6월 28일자 <황교안 법무 아들, ‘이석채 방어’ KT 법무실 근무 ‘논란’>]  황장관의 아들 성진씨 논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다. 이와는 별개로 KT는 올해 법무라인을 강화했는데 검사 출신 남상봉 전무를 법무센터장으로, 영장 전담 판사 출신 박병삼 상무를 영입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 건을 특수부가 아닌 조사부에 넘긴 것도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를 지낸 김희수 변호사는 “조사부는 검사 한 명이 한 달에 처리해야 할 사건이 600건인 시절도 있었고, 지금도 수십 건 이상”이라며 “재벌과 기업 CEO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선 엄청난 시간과 인원, 노력이 필요한데 이 건을 조사부에 배당한 것은 실질적인 수사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KT새노조 이해관 위원장은 “이석채 회장은 말짱한 국민기업에 온갖 연줄의 낙하산, 동창들을 이사회로 끌어들여 자신의 사기업처럼 회사를 운영하던 끝에 배임 등 불법행위와 연루됐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며 “그런데 학맥을 내세워 빠져나간다면 KT는 물론 사회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 내에는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 관계자는 “진행 부분에 대해 언급할 단계는 아니고, 이 건은 윗선에 보고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발을 했으니 (핵심인 부동산 투자자와 관련된) 그런 내용에 대해 조사하는 건 맞는 부분”이라면서도 수사방향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나 조사부 또 다른 관계자는 ‘2월 고발 건에 대해 8개월째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두고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조사부 사건은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1년인데 이 건은 지연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법무부 대변인 최종무 검사는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라면 답변을 하겠지만 알지 못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회의 중”이라는 이정현 홍보수석에게 △검찰수사가 지지부진한 배경에 홍경식 수석이 있다는 의혹, △청와대 사퇴종용이 홍 수석과 KT의 합작품이라는 시각에 대한 의견을 문자 등을 통해 물었으나 이 수석의 회신은 오지 않았다.

by 100명 2013. 10. 22. 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