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사진
KT 17일 대리점에 긴급문자 "히든 보조금 최대 100만원"
눈치 챈 SKT·LGU+ 60만~80만원 장려금 맞불
보다 못한 방통위 3社 호출 강력 경고에 일제히 사라져
19일엔 양판점으로 옮겨붙어 보조금 실린 스마트폰 쏟아져


고질적 스마트폰 보조금 전쟁이 지난 주말부터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갓 출시된 스마트폰이 10만원대로 곤두박질쳤고, 일부 스마트폰은 아예 공짜로 풀렸다. 보다 못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를 불러 경고를 내렸으나,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동통신사들이 판매점이나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이 스마트폰 1대당 100만원까지 치솟으며 보조금 전쟁을 다시 촉발시켰다. 판매장려금을 받은 판매점들은 이 가운데 일부 혹은 전액을 휴대폰 보조금으로 쓰며 가입자를 유치한다.

지난 주말 보조금 경쟁이 불붙은 기점은 17일 오후다. KT는 17일 오후 대리점들에 '특별정책'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히든' 보조금을 최대 100만 원까지 지급한다고 알렸다. 그 결과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갤럭시노트2' '갤럭시 그랜드' 등에 75만~100만 원의 장려금이 적용됐다. 그 결과 신제품20만원 전후, 구형제품은 사실상 공짜로 풀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출시 이틀 된 팬택의 '베가 시크릿노트'가 15만 원, LG전자의 'G2'가 16만 원에 팔리는 등 최신폰 가격이 10만 원대로 곤두박질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맞대응에 나섰다. 60만~80만원대 장려금을 뿌렸고 보조금 경쟁은 한껏 달아 올랐다.

그 바람에 18일 하루 동안 번호이동 가입자 숫자가 크게 요동쳤다. 7일 이후 가입자가 계속 빠져나간 KT는 18일 하루에만 4,829명이 늘었다. 반면 이날 SK텔레콤은 4,919명을 빼앗겼고, LG유플러스는 90명 증가했다.

시장 과열을 보다 못한 방통위가 18일 오후 3사 관계자들을 불러 강력 경고했다. 그리고 판매점 보조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방통위 경고는 반나절을 가지 못했다. 휴일인 19~20일 보조금은 삼성 디지털프라자, 하이마트 등 양판점과 인터넷 판매점으로 옮겨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 바람에 주말에 양판점과 인터넷에서는 60만~80만원대 보조금이 실린 스마트폰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보조금 과열여부는 결국 번호이동 실적을 통해 드러난다. 하지만 주말 이뤄진 번호이동 실적은 교묘하게 감출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 과당경쟁을 은폐하기 위해 주말 번호이동 가입자 숫자를 평일 가입자 숫자에 흩어 놓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주말 번호이동 가입자 숫자를 주목하기 때문에 이를 의식해 주말 가입실적을 평일로 분산하는 물타기 수법이 쓰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번호이동 가입자 숫자만 놓고 보면 보조금 전쟁에서 가장 많이 손실을 본 업체는 KT다. KT는 1, 2월 두 달을 제외하고 3~9월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를 빼앗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9월까지 번호이동시장에서 KT는 36만1,684명을 잃었고, SK텔레콤도 16만4,661명이 줄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52만6,345명이 순증했다.

KT가 위험을 무릅쓰고, 지난 주말 다시 한번 보조금카드를 뽑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KT 수뇌부는 지난달 말 열린 4분기 영업전략발표회에서 "연말까지 휴대폰 가입자 60만 명을 늘리라"는 특단의 주문을 했고, 그 결과 총력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제로섬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는 보조금 전쟁의 속성상, 한쪽이 싸움을 걸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4분기는 이동통신사들의 한 해 실적이 좌우되는 가장 뜨거운 시기"라며 "연말까지 가입자를 끌어 올리기 위한 보조금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y 100명 2013. 10. 22. 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