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 제작센터 건립 불투명

밀려오는 외산 방송프로그램에 대응해 국산 방송콘텐츠를 육성하자는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방송 콘텐츠제작센터’ 건립이 불투명해졌다.

업계는 ‘국내 콘텐츠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책당국은 ‘예산 투입 대비 경제성’을 요구하는 등 타당성을 놓고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건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21일 케이블TV업계 및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디지털방송 콘텐츠제작센터 건립 여부는 이달 말께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최종 결과를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할 계획”이라며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종 보고와 방통위와의 내부 논의는 다 끝났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 센터 건립은 성격상 절충안을 모색하기는 어려운 사업이어서 ‘건립을 한다, 안 한다’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 측도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공식 통보받은 것은 없지만 지금까지는 정부에서 센터 건립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고있다”며 “건립이 안될 경우에 대비해 다른 후속 조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상황으론 제작센터 건립이 어려운 형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KDI의 예비타당성 중간 심사 결과 ‘투자금액 대비 경제적 효과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평가 때문. 1000억원을 투자했을 때 거둘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500억원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KDI가 방송콘텐츠 제작업체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경제적 편의 항목에서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이다. 더욱이 ‘실용’을 내세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도 달라져 ‘796억원의 국고를 써 가면서 유료방송 산업을 지원한다’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제작센터 건립으로 1조원의 외화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 고화질(HD)급 프로그램 평균 편당 수입가격을 2만달러로 감안하고 한 개의 제작센터(총 3개센터)당 매년 총 5만4000시간 분량의 HD급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므로 이 정도 효과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미국의 거대 콘텐츠 사업자가 간접투자로 지분 100%를 갖고 국내 콘텐츠 공급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외산 콘텐츠가 국내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실제로 국내 콘텐츠 시장 매출액은 약 297억달러로 미국 5535억달러의 5%에 불과하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올해 디지털콘텐츠 제작센터 건립이 무산된다면 내년에 또 추진할 것”이라며 “지상파에 의존하는 국내 방송 현실에서 콘텐츠의 다양성과 국제경쟁력을 갖기위해선 센터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방송콘텐츠 제작센터는 케이블채널에 프로그램을 제작·공급하는 사업자(PP)들이 HD급 콘텐츠를 제작, 송출할 수 있는 첨단 스튜디오다. 제작센터는 전국 3곳으로 수도권은 경기도가 일산에 조성하고 있는 영상테마파크 ‘한류우드’내에 짓는다. 이미 경기도와 협의해 부지를 확보해 놨다. 지역센터는 충남 천안, 대구 두 곳에 단계적으로 들어선다. 총사업비는 1739억원으로 국고 796억원, 방송발전기금 943억원을 투입한다.
by 100명 2008. 7. 24.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