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채 KT 회장(왼쪽)과 남중수 전 KT 사장

"공기업이었던 KT의 운명인가?"

KT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22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올 것이 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KT 직원들은 이석채 회장이 5년 전 남중수 전 사장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면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의 악몽이 재현될까 불안해 하고 있다.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리스크로 홍역을 치러왔다. CEO가 교체되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낙하산 인사 등으로 조직에 힘이 빠지고, 사업에도 적잖은 지장을 초래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검찰은 이번 KT 압수수색에 대해 참여연대가 고발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동안 이 회장 교체설, 사퇴 종용설이 수차례 불거졌다는 점에서 이 회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이 회장에게 사퇴를 종용했으나 이 회장이 완강히 버티자 참여연대 고발을 빌미로 검찰의 수사를 강화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

전임 CEO인 남중수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나는 과정을 보면 앞으로 이 회장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있다.

2008년 10월 검찰은 남 전 사장 경영진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KT를 전격 압수수색한다. 남 전 사장이 납품업체로부터 계약 및 인사 청탁의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였다.

노무현 정부였던 2005년 KT CEO가 된 남 전 사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까지 성공했고 임기를 2년여 남긴 2008년 구속된다. 이후 MB정권 인사인 이 회장이 KT 수장을 맡게 됐고 지난해 연임에 성공, 현재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남 전 사장과 이 회장의 상황은 완벽하게 닮아 있다. 결국 KT는 또 한번의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유선 사업의 급격한 매출 감소와 이동통신 가입자 감소, 성장동력 부재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KT에 CEO 리스크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낙하산 인사의 온상'인 KT에 CEO가 교체되면 거센 인사 태풍이 불고 이에 따라 KT의 조직력은 약화되고 사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 회장은 배임 혐의와 개인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이 회장의 거취가 아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통신사인 KT의 성장을 위해서는 'CEO 리스크'라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KT 임원 출신의 한 인사는 "주인 없는 KT의 한계다. 3만명이라는 거대 조직인 KT가 실제로 낙하산으로 들어온 인사들에 의해 장악되고 그들은 때가 되면 또 나가고 새로운 낙하산이 내려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KT는 점점 작아지게 될 것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악순환이 끊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영민 기자]

by 100명 2013. 10. 24. 0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