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KT의 경영 난맥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아프리카 르완다 행사에 이 회장 참석이 불투명해진데다 내년 사업 계획 수립 작업도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연말로 예정된 정기 임원 인사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의 압수수색 하루가 지난 23일 KT 본사와 광화문 사옥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평상 근무체제가 유지됐다. 하지만 이 회장 체제 이후 영입된 임원들은 전화를 회피하거나 입을 굳게 닫은 반면에 내부 출신 임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엇갈린 분위기가 감지됐다.

KT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최고경영자를 타깃으로 한 만큼 현시점에서 검찰 수사를 제외한 다른 현안은 모두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KT의 앞날을 걱정했다.

또 다른 임원은 “이 회장 취임 이후 의사결정권이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됐다”며 “검찰 수사로 경영은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T는 검찰 수사가 이 회장은 물론이고 관련 임원 인사 소환으로 이어질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전날 압수수색이 검찰 특수부가 아닌 조사부를 통해 이뤄진 것을 두고 엇갈리는 분석이 이어졌다.

KT 한 관계자는 “특수부 대신 조사부가 압수수색을 한 것은 아직 수사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증거확보 차원이지 기소 가능성을 벌써 따지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발 사건의 압수수색은 조사부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특수부나 조사부나 똑같은 성격의 압수수색이라는 것이 법조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에 앞서 상당한 조사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익명을 요구한 전 KT 직원은 “2주 전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 부부장 검사가 KT 내부 사정을 알 만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검찰이 상당부분 이 회장의 혐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이달 초 이 회장이 선포한 비상경영도 추진력을 상실해 시들해질 조짐이다. 이날 KT 일선 대리점에는 최근에 빈번하던 보조금과 마케팅 지침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로 유지됐다.

by 100명 2013. 10. 24. 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