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회장(68·사진)이 취임 후 인수하거나 신설한 사업이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업은 KT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검찰수사로 입지가 좁아진 이 회장에게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KT 내부 이사회 문건을 보면 이 회장이 2011년부터 투자 등을 통해 그룹에 편입시킨 각종 콘텐츠 및 신사업 부문 자회사들이 지난해 각각 수십억원대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와 있다.

 
이 회장은 2011년 “통신 부문 외 그룹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며 동영상과 음원 등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가상재화’를 차세대 육성 사업으로 꼽았다. 이후 관련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을 인수해 그룹에 편입하거나 대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KT 회장직 연임에 성공한 직후에는 “글로벌 콘텐츠 유통기업이 돼 현재 22조원인 연매출을 2015년엔 40조원으로 키워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초라하기 만하다. 이사회 문건 자료를 보면 2011년 KT가 25억5000만원을 투자해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유스트림 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 3억2000만원에 26억6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유스트림 코리아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한류콘텐츠 등을 해외로 유통한다는 게 이 회장의 계획이었지만 올해에도 38억원가량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미래가 밝지 않다.

같은 해 “금액이 과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200억원을 주고 지분 45%를 인수한 동영상 검색 엔진개발 업체인 ‘Kt엔써즈’ 역시 지난해 매출 48억5000만원에 31억원의 적자를 냈다. 교육 콘텐츠 부문 강화 차원에서 67억원을 내고 인수한 ‘Kt oic’도 지난해 매출 3억5000만원에 15억7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Kt oic의 경우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되기는커녕 검찰 압수수색의 원인을 제공하며 인수과정에서의 각종 의혹만 낳고 있다.

46억원을 주고 인수한 대용량 데이터 분석·처리 업체인 ‘Kt넥스알’도 지난해 매출 26억5000만원에 17억8000만원의 적자를 냈고, 기존 클라우드사업 본부 등을 합해 출범시킨 ‘Kt클라우드웨어’도 매출 67억9000만원에 86억원의 손해를 봤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설립한 데이터센터인 ‘KSDS’도 지난해 44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KT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콘텐츠 부문 전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탓에 관련 자회사들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이 회장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인수한 기업들 상당수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예상했던 매출과 이익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며 “KT의 경영악화를 부채질한, 실패한 인수·합병의 책임을 이 회장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0. 25. 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