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자산 35조에 계열사 사장만 54명, 감사 100명 ‘권력 논공행상용’ 전락

민영기업 KT가 흔들리고 있다. 검찰은 22일 KT 본사 및 계열사, 이석채 KT 회장 자택 등 모두 16곳을 압수수색했고 이 회장과 관련 임원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 회장이 2년 남은 임기를 채울지는 의문이다. 지난 2008년 KT는 비슷한 일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남중수 전 사장이 ‘KT-KTF 납품비리’ 혐의로 구속됐고, 그 빈 자리를 이 회장이 차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남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MB 정권이 전 정권 인사를 물갈이했다는 의혹이 당시 제기됐다. 현재는 이 회장이 같은 과정을 겪고 있다. MB맨으로 불리는 이 회장은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냈고 2009년 1월 KT 사장으로 취임한 후 그해 3월 회장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MB 정부와 선을 긋기 위해 이 회장을 물갈이 한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한국통신’으로 잘 알려진 KT는 2002년 민영화됐고 현재는 정부 보유 주식이 하나도 없는 100% 민영기업이다. 입김에 센 최대 주주가 없어 사실상 ‘국민의 기업’이라는 말도 듣는다. KT는 재계서열 11위로 5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자산은 34조8000억원이다. 굵직한 자리만 해도 54개 계열사 사장과 감사 자리만 합해 100개가 넘는다. 그래서 정권 교체와 함께 수장의 교체가 매번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편집자 주>

▲ 2002년 KT는 민영화 이후 3명의 사장을 콘트롤 타워로 세웠다. 초대 사장인 이용경 전 사장을 제외하고 2대 남중수 전 사장과 3대 이석채 사장은 사임설에 시달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자리에 오른 남 사장은 2008년 MB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납품비리 의혹을 받고 구속돼고 자리를 떠났다. 그 자리에 MB맨으로 알려진 이석채 회장이 올랐다. 2013년 현재는 이석채 회장이 사임설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22일 검찰은 KT 본사와 광화문 사옥, 이 회장의 저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KT 광화문 사옥. ⓒ스카이데일리

민영기업 KT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2일 KT 본사 및 계열사, 이석채 KT 회장 자택 등 모두 1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KT 본사와 서울 서초·광화문사옥, 이 회장과 관련 임원 자택 등에 수사관을 파견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사업 문건 등을 압수했다. 이 회장과 관련 임원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이며 검찰이 이와 관련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검찰, 이석채 회장 압수수색 및 출국금지

이 회장은 적자가 예상되는 스마트몰(SMRT Mall) 사업을 강행했고 ‘오아이씨 랭귀지 비주얼’(현 주식회사 KT OIC)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0~2012년 KT의 일부 사옥을 헐값에 매각시켜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 회장의 사퇴를 위한 표적수사라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압수수색이라고 잘라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사건 2건과 관련해 자료 제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압수수색을 한 것뿐이니 확대해석은 피해달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압에 시달리고 있다”며 “남중수 전 KT 사장이 MB정권에서 이석채 회장으로 교체됐고 이석채 회장은 현 정권에 의해 사퇴를 종용 받고 있다”고 말했다.

▲ MB정부 시절 자리에 오른 이석채 KT 회장이 사임설에 휘말리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과 경제계CEO 회동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석채 KT 회장. <사진=뉴시스>

2008년 당시 검찰은 KT본사와 당시 남중수 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남 사장은 ‘KT-KTF 납품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KT의 수장이 된 남 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낙마했고 빈 자리를 ‘MB 사람’으로 알려진 이석채 회장이 메웠다.

이석채 회장은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냈고 2009년 1월 KT 사장으로 취임한 후 그해 3월 회장에 올랐다.

현재는 이석채 회장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한 사임설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이나 재계 CEO회동에서 이석채 회장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이 회장에 대한 거취가 구설에 올랐다.

정권교체와 함께 생기는 KT 수장의 교체에 대해 일각에서는 “권력을 잡은 정권들은 KT를 민영기업이 아닌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공기업 정도로 여기는 듯 하다”며 “KT나 포스코 등의 사장직은 정권 창출에 주요한 역할을 한 공신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KT 재계서열 11위, 54개의 계열사, 자산 34.8조원이지만 지배주주 없어

과거 한국전기통신공사 이른바 ‘한국통신’이었던 KT는 2002년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수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4월 기준 KT는 재계서열 11위로 54개의 계열사를 거느렸고 자산은 34.8조원이다.

2012년 실적은 매출액 18.8조원, 영업이익 1조원, 당기순이익 7000억원을 기록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3년 6월31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KT 사장은 사장추천위원회에 의해 결정되며 임기는 3년이고 연임 가능하다. 초대사장은 이용경 (2002.08~2005.08), 2대 사장은 남중수 (2005.08~2008.11), 3대 사장은 이석채 (2009.03~현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6월31일 현재 KT의 주주현황은 국민연금(8.65%), 미래에셋자산운용(4.99%), 우리사주조합(1.10%), 소액주주(58.90%), 기타(26.36%) 등으로 구성됐다.

100% 민간기업 KT에 정부가 인사에 개입할 여지도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 11위의 공룡기업 KT는 주인없는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54개 계열사 사장과 감사 자리만 합해도 100개가 넘는다”며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KT의 막강한 영향력까지 감안하면 KT의 수장 자리는 탐이 날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KT 자리는 ‘정권의 논공행상’ 의혹, 덩달아 사업 흔들

수장이 흔들리면 KT는 ‘회장 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광대역 LTE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KT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올해 1~9월 가입자가 50만명 정도 줄어 가입자 감소에 비상 상태 수준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달 28일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개최되는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이로 인해 KT가 해외진출 사업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아프리카 진출이 차질을 빚게 됐다.

▲ 수장이 흔들리면 KT는 ‘회장 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광대역 LTE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KT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올해 1~9월 가입자가 50만명 정도 줄어 가입자 감소에 비상 상태 수준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KT 영동지사. ⓒ스카이데일리

업계 관계자는 “민영화 7년을 맞이한 KT지만 여전히 공기관의 성향이 짙다. 정부 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 후임 사장은 친정부 성향 인사로 낙점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5년마다 수장이 바뀌면서 KT 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논공행상으로 전문성이 필요한 KT의 수장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된다. 이런 관행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by 100명 2013. 10. 25. 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