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도 규제기능과 진흥기능은 각각 다른 기관에 둡니다. 스팸메시지를 보내면 ‘돈’이 되는 망(網) 사업자가 과연 자율규제 능력이 있을까요?”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중소기업인의 하소연이다. 고객에게 광고·마케팅 수단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회사의 망을 통해 메시지를 대신 보내 주는 게 그의 업무다.

이 문자메시지 가운데 성인 광고나 사행성 도박 광고 등이 포함되면 소비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스팸메시지로 신고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는 스팸메시지 신고를 받으면 해당 스팸메시지를 대리 발송한 기업에 연락을 취해 제재를 가한다. 기업메시징부가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망 트래픽을 10분의 1로 낮추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망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가 직접 이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를 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들이 스팸 메시지를 보내도 자기 망 위에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제재할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스팸메시지 발송 현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의외로 심각하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3년 상반기 스팸 유통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KT는 웹 기반 대량 문자발신 서비스인 ‘비즈SMS’와 ‘C2P’ 방식 등을 통해 40.4%, LG유플러스는 30.3%의 스팸 비율을 기록했다. 전체 스팸의 70%를 넘는다.

전체 스팸의 78%를 차지하는 기업용 메시지 시장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각각 51.8%와 38.8%를 기록해 90%를 넘어선다. 기업용 메시지 스팸 대부분이 KT와 LG유플러스를 통해 발송되고 있는 셈이다.

두 통신회사는 중소기업들이 시작한 기업용 메시지 시장 규모가 2005년 1000억원대로 커지자 직접 진출했다. 이후 기업용 스팸메시지 발송 사업자 1, 2위로 올라섰다.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해야 하는 기간망 사업자가 스팸메시지 발송의 ‘주범’이 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KT와 LG유플러스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by 100명 2013. 10. 25. 0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