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것은 2000년이었다. 계약금 137만달러. 2001년부터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추는 2002년과 2004년, 2005년에 마이너리그 올스타 '퓨처스 게임'에 출전할 정도로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를 가로막은 것은 스즈키 이치로. 이치로가 그보다 1년 늦게 시애틀로 스카우트되면서 추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둘의 수비 위치가 겹치는 바람에 추가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당시 구단은 수비가 뛰어난 이치로를 중견수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이치로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때가 야구인생의 최대 고비였다고 추는 훗날 회고했다. 이치로 때문에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웠던 추는 2006년 6월 클리블랜드로 이적한다. 말이 이적이지 밀려난 것이다.

그러나 추는 클리블랜드에서 기량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전화위복. 2013년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한 추는 21홈런-20도루-112볼넷-107득점을 올리며 미국 내셔널리그 역사상 1번 타자로는 최초로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부동의 1번 타자 이치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업이다. 자유계약선수가 된 추에게 뉴욕 양키스 수뇌부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양키스에게 추가 필요한 것은 우익수를 맡고 있는 이치로가 노쇠해 기량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만일 추의 양키스 이적이 실현된다면 한때 자신을 밀어낸 이치로를 이젠 추가 밀어내게 된다. 아이러니 아닌가.

2009년 1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KT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KT는 남중수 사장이 맡고 있었다. KT에는 새로운 사장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예상대로 남 사장에 대한 퇴임 압력이 시작됐다. 남 사장은 버텼다. 하지만 2008년 10월 남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남 사장이 뇌물 상납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그리고 이석채 전 장관이 KT 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남 전 사장과 가까이 지냈던 임직원들이 대거 쫓겨났다. 일부 임원들은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돼 구속됐다. 하지만 지금 한때 한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비즈니스 리더라는 칭호를 받았던 이석채 KT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혐의는 배임. 5년 전 그가 KT 사장이 됐을때 그 당시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지사 새옹지마. 인생은 돌고도는 것인가

by 100명 2013. 10. 25. 0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