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0억원대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 중인 이석채(사진) KT 회장이 해외 출국을 강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 단행된 압수수색과 함께 한 때 출국 금지설까지 나돌았지만, 이 회장 출국이 예정대로 허용되면서 일단 검찰의 압박 수위가 아직 임계점에 다다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KT가 처한 대내외 정황을 감안할 때, 이 회장의 이번 출국에 적지 않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이 회장 출국 감행, 믿는 구석 있나

이 회장의 이번 출국 감행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무엇보다 정치권과 묘하게 맞물린 현재 KT 처지 때문. 언제부턴가 KT는 포스코와 더불어 '5년짜리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의 진원지로 분류돼 있다. 정부 지분이 '0%'인 순수 민간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약속이나 한 듯, 두 기업들의 CEO가 교체되면서다. "KT나 포스코 CEO가 개국공신들에게나 나눠주는 정권의 전리품이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회장의 이번 출국도 이 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나온 '버티기' 카드란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갑작스런 검찰의 압수수색이나 미래창조과학부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31일) 등 최근 이어지고 있는 KT를 둘러싼 표적성 강압에 대한 '몸부림'으로, 일단 시간을 벌면서 여론 동향도 더 지켜보자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흐트러진 사내 분위기를 다시 쇄신해보겠다는 계산 또한 감안된 행보로 보여진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서도 "할 일은 한다"는 이 회장의 소신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사내 퍼진 미래 불확실성과 회의적인 분위기까지 가라 앉혀 보겠다는 심산에서다. KT 관계자는 "회사의 명운이 걸린 비즈니스를 대외적인 악재 때문에 미룰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이 회장의 이번 출국도 이런 측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 여전히 용퇴설에 무게...부적절한 인사와 추락중인 실적 부담

하지만 여전히 "결국엔 이 회장이 용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란 관측은 팽배하다. 이 회장 자신의 역량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도 적지 않아서다.

지난 2월 참여연대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엔 회의적이지만, 이 회장을 둘러싼 잡음은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 탄압 문제에서부터 친인척 및 전현직 정권 인사의 낙하산 배치는 이 회장을 도마에 올려놓고 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진행된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KT에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만도 36명이나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끝없이 추락 중인 실적 하락세는 이 회장의 아킬레스건. 지난해 KT의 당기순익은 전년대비 무려 194%나 급감했으며 올해 7월엔 사상 처음으로 141억원의 영업적자까지 냈다. 가입자 역시 올들어 눈에 띄게 빠져나가고 있다. 올 3분기 경영실적도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와 대비될 만큼이나 더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KT 임원진의 급여는 최고 123%까지 인상됐다"는 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결국, 본업인 통신 사업 분야에선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내고 있는 셈이다.

한때 KT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비전문가의 인사 영입에서부터 실적 하락이 시작됐고 직원들의 사기마저 떨어져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이 상실된 상태가 지금의 KT"라며 "이석채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은 모든 책임을 지고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르완다에서 열리는 '트랜스폼 아프리카 서밋 2013'에 참석하기 26일 오전 현지로 출국한 이 회장은 11월1일 귀국할 예정이다.

by 100명 2013. 10. 27.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