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채 KT 회장이 아프리카 출장길에 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잠잠하다 싶으면 고개를 드는 사퇴설을 일축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토요일인 26일 오전 김홍진 KT G&E(글로벌&엔터프라이즈) 부문장, 김영일 KT 코퍼레이트 센터장 등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28∼31일 열리는 ‘트랜스폼 아프리카 서밋 2013’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KT가 르완다 정부와 공동개최하는 것으로 케냐 등 아프리카 12개국 정상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비롯한 국제기구, 글로벌 IT 기업들이 참석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아프리카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회장은 29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하기로 돼 있다.

검찰은 지난 22일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이 회장 자택과 KT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이 회장 측의 요청으로 출금을 해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피하려고 출장을 강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장 기간인 31일 국회 출석이 예정돼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아프리카 출장은 꼼수”라면서 “이 회장은 공식적인 양해나 불출석 사유서조차 보내지 않고 떠나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KT는 “고발 내용은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제기된 것으로 배임과 무관하다”면서 “르완다 출장은 연초에 정해진 행사로 국감 증인 출석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거취 문제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이 회장이 오는 1일 귀국 후 거취 문제를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KT 사옥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진퇴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by 100명 2013. 10. 27.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