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대변신 ◆

"개발자들이 얼마나 올지 모르겠어요. 초대 인원이 1000명을 넘긴 했지만 다 올까요? 사전 등록은 300명이고 어제까지 700명이 등록했는데…."

삼성전자가 28일 오전 10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인근 웨스틴세인트프랜시스 호텔에서 개최한 첫 개발자포럼을 1시간 앞둔 시간. 이 행사를 준비한 고정완 삼성전자 상무의 속은 타들어갔다. 처음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이 몰릴지 예측할 수 없었다.

삼성은 스마트폰, 태블릿PC, TV 등 하드웨어(HW) 분야 글로벌 1위로 등극했지만,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는 벤처와 다름없는 위상이기 때문이다. 최소 사흘간 4000~5000명이 다녀가는 애플, 구글의 개발자포럼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첫 행사니만큼 관심을 끌어야 했다.

하지만 11시가 다가오자 개발자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문을 열자 자리로 뛰어들어가는 개발자도 보였다.

이날 개막연설에 참가한 인원은 1300명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구글, 애플, 인텔, 시스코, 오라클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연례 개발자대회를 개최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지역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SW 엔지니어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꿈을 갖고 몰려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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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유럽 등 국적도 다양하다. 여기에 `갤럭시`로 유명해진 삼성전자가 SW 분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애플, 구글과 같이 자체 운영체제(OS)를 갖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간 3억대씩 팔리는 스마트기기(TV, 스마트폰, 태블릿PC, PC, 카메라)가 큰 무기다. OS는 안드로이드나 윈도가 될 수 있지만 삼성이 제조한 기기만이라도 연결할 수 있으면 삼성만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커티스 사사키 삼성MSCA 전무는 "양대 OS로 iOS와 안드로이드가 있지만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으로 돈을 버는 것은 점차 어려워지고 차별화하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부터 TV는 물론 카메라, PC까지 다양하게 제조한다. 이것이 삼성의 힘이자 차별점이라고 알려지면서 개발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새로운 SW 전략은 삼성 서비스 플랫폼(광고 콘텐츠 뉴스 게임 음악 등)에 모든 콘텐츠를 올려놓고 삼성 제조 기기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를 "삼성 스크린, 즉 S스크린에 모든 서비스를 올리는 게 핵심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이 이처럼 SW 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맥 PC라는 하드웨어로 시작한 애플이 음원 장터 `아이튠스`를 앞세워 세계 MP3 시장을 평정한 것처럼 글로벌 제조 강자 삼성도 소프트웨어 비밀병기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하드웨어 제조 강자 애플은 아이튠스와 앱스토어라는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기기를 묶어 효율성과 수익성을 잡는 데 성공했다. 안드로이드 OS를 보유한 구글이 최근 들어 크롬북 등을 직접 제조하고 시장에 내놓은 데 이어 `크롬`을 사실상의 OS로 격상한 것도 `서비스 플랫폼`의 중요성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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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를 위해 일관된 사용자경험(UX) 및 통합 계정을 만들고 결제 시스템을 통해 사용성을 대폭 개선했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삼성의 콘텐츠 및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멀티스크린 기반의 비디오 서비스 `워치온`,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 `삼성 월렛`, 인터넷 기반 메신저 서비스 `챗온`, 소비자 행동 패턴과 주변 상황에 기반한 서비스 등도 삼성의 소프트웨어 전략을 뒷받침해주는 앱이다.

삼성이 이날 개발자포럼에서 `타이젠(Tizen)`을 일절 공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드로이드, 윈도, 타이젠과 같은 다수 OS에 단일한 삼성의 서비스를 올리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삼성 생태계는 구글, 애플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각 기기의 개발자도구(SDK)부터 처음부터 공개해왔다. 개발자들도 SDK 개발에 참여해 스펙을 같이 만들어갈 수 있다.

트위터 본사에 근무하는 엔지니어 유호연 씨(38)는 "단숨에 이 정도로 개발자를 모으는 것을 보니 삼성이 정말 커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주위에서도 삼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0. 30. 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