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확인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모두 이석채 KT 회장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출장을 핑계로 두 차례나 불출석한 것은 물론, 위성 '헐값 매각'과 방만한 경영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애초 이 회장은 국정감사 첫 날인 지난 14일 미래부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KT가 미국 출장을 이유로 양해를 부탁해, 미방위는 31일 확인 국정감사 증인으로 이 회장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또 다시 아프리카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KT가 해임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상황에서 이 회장이 아프리카 출장을 강행한 것을 '도피성 출장'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KT 출신의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KT 관련 여러 의혹이 제기될까봐 도피성 출장을 떠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석채 KT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 회장이 배임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가운데, 이날 국정감사에선 '부실 경영'에 대한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KT가 국가적 자산인 무궁화 위성 3호를 정부의 승인 없이 헐값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KT는 이 회장 취임 1년 후인 2010년 1월 무궁화위성 2호, 2011년 9월 무궁화위성 3호를 모두 홍콩의 ABS(Asia Broadcasting Satellite, 위성서비스 전문 기업)에 매각했다. 유 의원은 "직접 비용만 총 4500억원 이상 투자한 무궁화위성을 1% 수준인 45억원에 매각한 것은 고철 값도 안 되는 헐값에 국가적 자산을 매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는 "설계수명이 종료돼 폐기예정인 위성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유 의원은 ABS사는 인수한 두 위성을 이동통신, 인터넷, 위성통신용으로 활용해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유 의원은 KT가 전략물자에 해당되는 위성을 수출했으나 관련 정부 부처의 승인 및 인가를 받지 않아 대외무역법, 전기통신사업법, 우주개발진흥법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경영과 주주 배당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권은희 의원은 "경영진의 방만한 '탈 통신 경영'으로 KT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며 "열악한 경영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경영권 사수를 위해 자산매각을 통한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비정상기업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또 이 회장의 '탈 통신 경영'을 위해 인수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기업이 성과를 내지 못해 KT가 막대한 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 취임 후부터 올 상반기까지 기업분사 및 인수합병 규모는 모두 45개사, 1조7000억원으로 막대한 규모지만 대부분 투자 당시 예상한 매출과 이익 성과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 KT 인수합병 현황
 
최원식 민주당 의원도 "성장이 정체되면서 KT가 자산을 팔아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2010~2012년 사이 1조원대 부동산을 매각한 것을 문제 삼았다. KT는 전화국을 매각한 후 다시 임대해 연간 741억의 고정비용을 발생시키는 '조삼모사'를 연출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최 의원은 부동산 매각을 통한 수익 증대로 주주들에게 과도한 배당금을 주었고, 2012년 3월 주주 총회에서 자신의 연임에 대한 해외 주주들의 지지를 노리고 향후 3년간 실적과 상관없이 주당 2000원의 배당을 약속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주주에 대한 과도한 고배당, 낙하산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 등은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돼 비싼 통신요금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정감사 대신 아프리카 출장을 간 이 회장은 현지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2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키갈리 세레나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며 회장직 유지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KT가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경영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거취는) 내가 판단할 게 아니고, (KT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검찰 수사 등 전방위적인 퇴진 압박과 관련 "거대 쓰나미를 어찌 돌파하겠느냐"고 말해 상황에 따라 2015년 3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췄다.또한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거액계좌가 발견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 "그걸 믿느냐"며 "KT는 '글로벌 컴퍼니'로 투명하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기업"이라며 비자금 조성을 부인했다. 

 

by 100명 2013. 11. 1. 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