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몽준 의원(62)은 30일 검찰의 KT 이석채 회장 수사에 대해 “배임 혐의와 비자금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시중에서는 이를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더 많이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석채 회장과 저는 좋은 인연이 별로 없다”고 전제한 뒤 “죄가 있으면 조사받고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새 정권이 출범하기만 하면 반복되어 왔던 전 정권 인사의 축출 과정이 아닌가 하는 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연의 일치인지 5년 전에는 남중수 전 KT 사장이 검찰 수사로 물러났는데 같은 현상이 되풀이돼 법치가 아니라 인치라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또 “만에 하나 자기 사람을 심겠다는 의도라면 국민이 실망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도 고쳐 쓰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는데 오해 없게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최근 KT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가 친이명박계인 이 회장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친박근혜계 인사를 넣으려는 ‘정치적 수사’라는 우회적 비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 회장은 2009년 KT 회장에 선출된 후 2012년 3월 연임이 확정돼 2015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 김규성 전 인수위 경제2분과 팀장, 서종열 전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 변철환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 등이 입사하면서 KT는 친이계의 ‘밥그릇’이 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여권에서는 이 회장 교체설이 줄곧 흘러나왔다. 공공기관장 인사 지연으로 친박계 ‘개국 공신’들의 실업 문제가 누적되면서 이 회장 버티기에 대한 불만도 점점 높아졌다. 이 와중에 지난 8월 친박계 핵심 실무자들의 맏형 격인 신동철 청와대 국민소통 비서관이 KT에 대한 인사 압력으로 경질될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왔다. 당시 청와대 인사들은 “명백한 허위”라며 이 보도의 출처를 KT ‘밥그릇’을 지키려는 친이계 인사들의 반격으로 규정했다.

by 100명 2013. 11. 1. 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