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사진)이 결국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키로 했다.

이 회장의 사퇴는 공공성이 강한 포스코 등 민간기업과 각 공기업 기관장 물갈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 등의 인사에서 청와대나 정부의 입김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 회장은 3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전체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솔로몬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며 사의 표명 배경을 밝혔다.

특히 배임 혐의와 관련, 이 회장은 “KT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몇 안 되는 대한민국 기업으로 미국 일류 회계법인의 엄격한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그 어떤 기업보다 투명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출장 차 아프리카 르완다로 출국했던 이 회장은 2일 귀국한 지 하루 만에 사의 표명을 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데 따른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KT 본사와 이 회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31일에도 2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 사의 표명에 대해 “수사는 원칙대로 간다. 이 회장의 거취와 수사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에 대한 소환은 압수물 분석이 끝난 뒤 진행될 전망이다.

이 회장의 사퇴로 KT는 정권교체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는 역사를 반복하게 됐다. 2009년 취임한 이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 2015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중도사퇴로 KT를 떠나게 됐다. 남중수 전임 사장 역시 이명박정부 시작과 함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 회장의 중도사퇴는 KT가 2002년 8월 민영화됐음에도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KT는 정부의 직접 지분이 없다. 다만 국민연금이 8.6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이고, 통신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와의 연계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다른 통신기업과 달리 경영권 간섭이 되풀이되는 건 KT가 ‘주인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물러나면서 KT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에너지 공기업 등 다수의 공기업 사장 인사가 예정돼 있어 기존 인사들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과 정 회장의 거취 논란, 또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잇따라 불거진 각종 공기업들의 비리 문제 등이 이러한 큰 차원의 ‘수장(首長) 물갈이’ 시나리오 하에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by 100명 2013. 11. 4. 0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