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3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배임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지 12일 만에 일로 결국 전임인 남중수 사장의 전철을 밟게 됐다.

남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취임해 2007년 12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결정했지만 MB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2008년 10월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11월 사퇴했고 이어 이 회장이 부임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주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취임 6일 만에 KT와 KTF의 통합을 추진해 결국 통합 KT를 출범시켰다.

이런 유무선 사업의 통합운영으로 KT는 스마트폰의 대량보급과 다양한 컨버전스 서비스를 출시하는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2009년에는 애플의 아이폰을 국내에 도입해 통신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당시 국내에는 2G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피처폰들이 주를 이뤘지만 아이폰의 도입으로 인해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다.

초기에는 국산이 아닌 애플 제품을 들여와 국산 제품들을 죽일 것이라는 반대가 앞섰지만 삼성전자는 애플을 만나 스마트폰으로 더욱 발전했다.

통신사들 역시 경쟁적으로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를 개발하며 LTE 강자로 발돋움하게 됐다.

통신 회사인 KT의 탈통신 전략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수익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통신 대신 비통신분야를 강화해 경쟁력을 쌓겠다는 이 정책으로 KT는 IPTV, 스카이라이프, KT금호렌터카, BC카드 등 다양한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탈통신 전략은 이 회장의 신의 한수이자 악수로 평가받는다.

탈통신을 위해 KT는 부동산과 자산을 매각하면서까지 사업 확장과 M&A를 지속했지만 수익 악화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업무상 배임혐의로 이 회장을 검찰 조사까지 몰고 갔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2월 이 회장이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KT가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이 회장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아 회사와 투자자에 최대 869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2차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22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KT 사옥 및 계열사, 임직원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은 낙하산 인사 문제와 가학적 노무관리 문제로도 국회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인사로 분류한 KT전현직인사 36명의 명단을 공개하며 KT의 부조리를 지적했으며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임직원의 자살률을 문제 삼았다.

특히 최 의원은 “이석채 회장 재임 중 8명이 자살할 정도로 내부 문제가 많은데 경영상태가 안 좋은 KT에 들어온 낙하산들이 많은 돈을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T 임원 출신인 권 의원도 “공공성이 있어 대주주 없이 국민기업으로 매각된 KT가 잘못하고 있다면 누가 지적해야 하느냐”고 최문기 미래부 장관을 질타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퇴임 의사를 밝히면서도 이런 비판과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3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필요하다면 제 연봉까지 공개하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부인했다.

이 회장은 후임이 결정되기 전까지 자신이 추진했던 일들을 끝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회장은 “인건비 격차를 1조까지 줄인다는 근원적 개선을 올해안에 이뤄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고문과 자문위원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1주당 2000원으로 유지되던 배당도 줄여 서비스 위주의 기업이 되기 위한 투자를 위해 1주당 2000원으로 유지되던 배당정책을 조정하도록 이사회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KT CEO에 취임한 후 KT-KTF 합병, 탈통신 전략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KT의 변신을 꾀했지만 결국 여러 의혹만 남긴체 임기 중 퇴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by 100명 2013. 11. 4. 0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