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KT 이석채 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 쪽에서는 애플사의 아이폰을 2009년에 국내에 과감하게 도입, 스마트폰 시대를 부흥시킨 '승부사'적 기질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낸다.

하지만 거침없는 언행과 고액 연봉, 고가의 사옥, 낙하산 인사 등 갖가지 논란거리들이 그를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여기에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재임 내내 책임론이 그의 발에 족쇄를 달았다.

경북 성주 출신인 이 회장은 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 경제학과 박사로 학업을 마쳤다.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등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후 2009년 KT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KT 회장으로 취임한 그의 첫 행보는 유선사업자 KT와 무선사업자 KTF를 합병한 것. 이는 천문학적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양사 내부의 미온적인 분위기를 헤쳐나가면서 이뤄낸 합병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용도 당초 예상의 3분의 1 수준인 2980억원으로 줄였다.

두 회사의 합병은 하지만 이후 한지붕 두집안 처럼 KT와 KTF 두 회사 임직원간 끊임없는 반목을 유발시켜 갈등과 내홍에 시달리는 원인이 됐다.

이 회장의 거침없는 언사는 세간의 우려를 낳았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 TV 제조사를 상대로 "더 이상 공짜 점심은 없다"며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말은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의 추상같은 태도는 내외부를 가릴 것이 없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년 임기의 대표이사 회장직에 연임되기 전 일부 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주주들은 KT 주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폭락한 점, 주파수정책 실패, 2G종료로 인한 소송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회장 연임에 반대했다.

이와 함께 40억원대의 고액 연봉, 청담 타워팰리스 사택, 그리고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정계에서 낙하산 인사를 잇따라 등용 등 스캔들을 몰고 다녔다.

또 KT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도 나왔다. KT는 올 3분기 실적에서 주력 사업인 통신분야에서 부진했다. 무선분야는 LTE 가입자가 늘면서 가입자 1인당 월매출(ARPU)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은 단말기 판매 부진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하락한 1조7138억원에 그쳤다.

전체 매출도 지난해 3분기보다 7.3% 하락한 5조7346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 증가한 3078억원을 기록했지다.

결국 이 회장은 끝없는 논란 속에서 최근 검찰의 KT 압수수색을 이겨내지 못하고 거취를 결정하게 됐다.

최근 검찰은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이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의혹 등을 살펴보기 위해 압수수색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놓고 정치적인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소문만 난무한 상황이다.

by 100명 2013. 11. 4. 0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