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여러 형태의 혁신을 시도했지만, 낙하산인사와 무리한 자산 매각 등으로 인해 KT에 거대한 위기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불안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없이는 이 회장과 같은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2009년 1월 KT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유선 중심의 KT와 이동통신사인 KTF를 합병하는 조직통합에 나선 뒤 KT를 재계 순위 10위권, 계열사 40여개를 거느린 거대 그룹으로 만들었다.

이 회장은 KT를 거대한 그룹으로 만들고 스스로 회장 자리에 오른다.

특히 이 회장은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국내 이통시장에 애플의`아이폰'을 도입하며, 대한민국 스마트폰시장의 출발을 알리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후 파격적인 낙하산 인사로 내부로부터의 혁신을 차단시켰다.

임기 중 수 십명의 고위급 낙하산인사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민간기업임에도 정부가 사실상 CEO를 임명하는 취약한 지배구조 속에 놓여있다.

이 회장도 자신의 정치적 지배력을 측근 또는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들로 자리를 채우는데 활용했다.

기존에 20∼30년씩 근무한 `KT맨'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KT 조직 내부의 불만과 낙하산 인사들의 무책임한 경영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KT내에서 이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던 서유열 사장은 커스터머부문 수장을 맡고서도 6개월 가까이 자리를 비워 KT의 영업조직이 사실상 와해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파수 정책의 실패로 LTE를 경쟁사보다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수 십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빠져나가는 비상상황을 맞고 있다.

이 회장의 위기는 참여연대가 KT의 OIC 랭귀지 비쥬얼 등 계열사 편입과정과 스마트몰 사업 등에서 배임혐의를 들어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됐다.

검찰은 배임혐의에 더해 이 회장이 별도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들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아프리카 출장에서 귀국한 2일 저녁부터 이 회장의 최측근 및 KT 전현직 임원의 줄소환이 이어지면서, 이 회장은 결국 사퇴결심을 굳힌 것으로 파악된다.

KT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했으면서도, 지배구조상 확실한 독자경영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나 정치권의 낙점을 받은 인사가 KT CEO로 교체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회장도 전임 남중수 사장이 개인 비리 의혹으로 사퇴를 표명한 지난 2008년 11월 5일과 단 이틀 차이로 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이 회장의 사퇴 이후에도 후유증은 커 보인다.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KT직원들이 주력 사업인 유무선 통신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KT의 지배 구조에 있어 독립성을 확보할 확실한 장치를 마련하고, 낙하산 인사 대신 전문성 있는 인사가 후임으로 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by 100명 2013. 11. 4. 0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