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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16일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한 이석채 KT 회장이 19일 오전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올레 경영 2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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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이 결국 물러났다. 지난 2009년 3월 남중수 전 사장에 이어 KT 수장이 된 지4년 8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아프리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인 3일 오후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이 회장은 이날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를 살리는 것이 내 의무이기에 회사가 마비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면서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실상 검찰의 잇따른 압수수색 등 '외압'이 작용했음을 암시한 것이다.

"솔로몬 왕 앞 어머니 심정"... 검찰 수사 등 '외압' 암시

아울러 이 회장은 "그간의 일들로 여러분들이 공들여 만든 회사의 이미지가 피해를 받은 점 가슴깊이 사과한다"면서도 자신을 향한 여러 의혹을 부인했다. 이 회장은 "전임사장의 급여체계를 그대로 따랐다"면서 "회사에 대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의혹들, 연봉을 포함한 상상을 초월한 억측으로부터 회사가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급여도, 주식으로 지급되는 장기성과급도 한 치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지난달 26일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했다 지난 2일 귀국했다. 이 회장은 귀국 전 현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KT는 1급수가 사는 물"이란 말로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일축했다.

앞서 참여연대, 언론노조 등 시민단체는 지난 2월 이 회장이 스마트 애드몰 사업과 친인척이 관계된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NBA 등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수백억 원대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지난달 초에도 부동산 헐값 매각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이 회장 자택과 KT 본사를 비롯한 16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31일에도 KT 주요 사옥과 임직원 주거지 등 8곳을 2차 압수수색하는 등 이 회장 주변을 압박해왔다. 특히 후속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도 제기됐다. (관련기사: 검찰, KT 전격 압수수색... '이석채 소환' 신호탄? )

전임자인 남중수 전 사장 역시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납품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다 구속됐고 결국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2009년 1월 물러났다. 이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 사퇴 종용설 등 사임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홍사덕 전 의원 등 친박 인사들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자리를 고수해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1년 반 정도 남기고 있었다.

"이석채는 다윗의 돌에 쓰러진 골리앗"... 민주당, '낙하산' 경고

KT 이사회는 조만간 이 회장의 구체적인 퇴임일자를 정하고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정된 후보를 주총에서 결의할 예정이다. CEO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을 제외한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후보를 정한다.

이 회장은 이날 이메일에서 "이사회에서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중요한 과제들을 처리하고 후임 CEO가 개선된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회사 발전에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매년 경쟁사 대비 1조 5천억원 이상 더 많이 인건비가 소요된다"면서 "임원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내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미방위 민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이석채 회장의 사퇴가 배임 횡령 의혹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면서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박근혜 정부에도 "KT 대표이사 자리가 더 이상 정권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낙하산 인사'를 경고했다.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은 "이 회장의 사임을 대환영한다"면서 "솔로몬 앞 어머니가 아니라 다윗의 돌에 쓰러진 골리앗이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배임 혐의 고발 건과 관련 이 회장 구속 수사와 이사들 책임 문제도 지적했다.

by 100명 2013. 11. 4. 0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