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은 외부는 물론 KT 내부에서 가해온 압박이 버틸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KT 직원들은 휴일 오후에 전달된 이메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 안팎에선 차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노리는 인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3일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회사를 살리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회사가 마비되는 것을 지켜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 때문에 KT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에 빠지는 것이 크게 부담스러웠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떠나는 상황에서도 KT 내부를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은 “경쟁력과 수익성 강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KT는 경쟁사보다 인건비가 1조5000억원 이상 더 많다. 격차를 1조원까지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자신의 경영방침에 반발하던 ‘내부의 적’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KT 임직원은 갑작스런 이 회장의 사임에 당혹해했다. 다만 압수수색이 두 차례나 실시되면서 KT 내부에서도 조심스레 사퇴를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사퇴는 없다’는 강한 의지를 밝힐수록 검찰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식으로 사태가 흘러왔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이 회장은 회사를 위하는 마음으로 사퇴를 결정했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퇴에 대한 어떤 추측도 없었다”면서 “오히려 취임 이후 미디어·콘텐츠 분야 등의 성장에 큰 공을 세웠다”고 감쌌다.

하지만 2차 압수수색 전후로 이 회장이 그만 물러나야 한다는 내부 불만이 터져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분기 실적 발표 뒤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 회장이 혐의와 상관없이 회사를 위해서라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KT 직원은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고 경영에 차질이 생기자 계열사 임원들마저도 이 회장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이제 누가 후임에 앉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신업계에서는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이 물러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박근혜정부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지난 대선에서 정보통신 정책 및 공약을 자문한 인물들이 후보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후임자는 이 회장이 공식퇴임한 뒤 이사회가 2주 이내에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물색하게 된다. CEO추천위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주주총회에서 의결한다. 빠르면 이번 주 안에 후임자를 뽑는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버텨온 이 회장이 결국 사퇴함으로써 포스코 등 다른 공공성이 강한 민간기업 수장과 공기업 사장들의 거취도 조기에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퇴가 도미노 사퇴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by 100명 2013. 11. 4. 0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