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두 물러나자?"

3일 사의표명한 이석채 KT회장이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피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임사에서 "우리 현실을 보면 매년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 이상 더 많이 인건비가 소요되지만, 이와 같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진 기업이라 보기 어렵다"며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내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우리 회사에 기여해 주셨던 고문님들과 자문위원님들께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뜻과 죄송하다는 마음, 함께 표한다"며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 회장이 검찰과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논란이 심했던 친박계 홍사덕·김병호·김종인 전 의원 등의 거취를 직접 드러낸 셈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이 회장의 발언은 이번 퇴임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받던 지난 정부 고위직 인사들 모두와 함께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2009년 1월 취임과 함께 30여명의 MB정부 인사들을 영입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MB정부 초대 여성부장관 후보였다 낙마한 이춘호씨,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자녀인 황성진씨, 안풍사건에 연루됐던 김기석 전 안기부 기조실장 등 KT 전·현직 인사 36명이 낙하산으로 영입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 정부 들어서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을 비롯해 김종인 전 공동선대위원장, 김병호 전 캠프 공보단장 등을 회사 고문과 자문위원으로 영입해 "검찰에 고발된 KT 현 경영진과 이석채 회장이 현 정부 권력에 줄을 대기 위해 권력형 보험 가입을 감행하고 있다"는 거센 비난을 샀다.

KT의 한 관계자는 "최근 KT 경영사정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시 한 번 분명히 입장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최근 사태에 대한 이 회장의 시각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평가받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by 100명 2013. 11. 4. 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