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회장.  제공 | KT
KT 이석채 회장. 제공 | KT

‘KT호’가 외풍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연 매출 23조원에 55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1위의 대기업 KT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압박을 받아 온 KT 이석채 회장이 3일 사임의사를 밝힌 가운데 향후 KT 진로에 대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최대 관심사가 후임 CEO가 누가 되느냐이지만 내부에선 비대한 KT조직을 이번 기회에 슬림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비대한 조직으로는 경쟁사의 발 빠른 경쟁에 맞설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이에 따라 향후 후임 CEO 선정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을 놓고 KT는 한번 더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KT, 경쟁사보다 인력 3~5배 많아 구조조정 불가피

이 회장은 3일 임직원에게 발송한 메일에서 “매년 경쟁사 대비 1조 5000억원 이상의 인건비가 더 소요된다”며 “KT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진 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본인의 사임의사를 밝히는 메일에서 회사의 근본적 내용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이 회장은 우선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내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인이 물러서면서 자신 책임하에 영입했던 인사들을 함께 정리하겠다는 의사인 셈이다.

그러나 KT 인력 구조조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KT의 한 임원은 “전체 매출액의 20% 이상을 인건비에 지출하는 현 구조론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며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현재 KT의 직원 수는 총 3만 2000여명이다. 이 회장이 취임 초기 6000여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조직의 슬림화를 추구했지만 KT는 여전히 경쟁사보다 직원 수가 3~5배 많다. 이동통신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직원 수는 4000여명, LG유플러스는 6500여명 선이다. SK텔레콤의 경우 SK브로드밴드, SK컴즈, SK플래닛 등의 계열사가 IPTV,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상품개발 등의 업무를 별도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계열사를 다 합해도 SK텔레콤 직원은 1만여명 정도이다.

새 CEO가 취임하면 임원급 인사에 대한 대대적 손질과 함께 KT 조직의 대대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CEO 교체에 따른 혼선과 조직의 동요가 대대적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 KT 노조, “경영진 구조조정 거론은 경영실패 핑계일 뿐”

이에 대해 KT 노조 차완규 정책실장은 “이 회장이 후임 CEO에 인력조정 문제를 거론한 것은 경영상 책임을 회피하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KT가 경쟁사보다 인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타사가 하지 않는 유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유선 사업을 접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구조조정은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이고 현 노조의 입장은 당연히 반대다”고 덧붙였다.

◇무궁화위성 매각 논란… 또 불거지는 의혹들

한편 KT는 4일 광화문 사옥 기자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이 되고 있는 무궁화 위성 2, 3호 매각에 대해 해명했다. KT의 위성사업 자회사인 KT샛의 김영택 사업총괄 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선 할당받은 주파수를 홍콩 ABS에 매각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5억원의 헐값에 팔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위성자체의 매매가격은 5억원이 맞지만 기술지원 및 관제비용 등 200억원대의 관련계약이 체결되어 있다”고 밝히며 반박했다.

그러나 김 부사장은 기자들의 잇단 질문 공세에 “할당받은 주파수를 현재 ABS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국가의 공공재가 홍콩의 기업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또 매각시 정부와 협의조차 거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 “해석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절차 위반 가능성 여지를 남겼다.

by 100명 2013. 11. 5. 0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