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KT 광화문 사옥 전경 /사진=머니투데이 자료.

KT가 '국민 기업'입니까?, '정권 기업'입니까?"

이석채 KT회장이 검찰 압수수색 여파로 끝내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KT가 또다시 동요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권에 따라 KT (34,400원 상승800 -2.3%) 최고경영책임자(CEO) 자리가 좌우되는 시스템이 굳혀지는 전례가 될 것이라는 자괴감이 크다.

KT 관계자는 "'국민 기업으로의 도약'을 내걸고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국민의 기업은 고사하고 이제는 정권의 기업으로 당연시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벌써부터 후임 CEO 하마평....또다시 4년제 CEO?

이석채 KT회장의 낙마는 5년 전 상황과 판박이다. 정권 교체 후 CEO 사퇴설 제기→검찰 압수수사→사퇴 의사 표명 등 일련의 과정도 그렇고 시기도 거의 비슷하다. 전임 남중수 사장이 퇴임한 뒤 CEO추천위원회 선정과정을 통해 이석채 현 회장이 20009년 1월 KT CEO로 취임했다.

이 회장은 김영삼 정부시절 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T 수장의 공과를 떠나 이 회장이 현재 처한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KT 안팎에서는 현재와 같은 KT CEO 선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후임 CEO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전 방통위 상임위원인 H씨, 전 정보통신정책원장 B씨,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H씨와 L씨, 전 정통부 차관 출신인 K씨, 미래부 초대장관으로 낙점됐다 중도 포기한 K씨 등이 KT 후임 CEO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KT 출신인사로는 L씨와 C씨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외에 통신업계와 크게 상관없는 '친박계 인사'들도 자의반타의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문제는 누가 되든 간에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물'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앞으로 정권 교체 이전에 자리를 털고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언제든 불명예 퇴진을 당할 수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KT 사장을 하면서 인신 구속까지 당하지 않으면 천만 다행이라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이라며 "과연 이런 구조에서 누가 앞으로 경영활동상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T의 중장기 경영전략은 고사하고 소신 경영도 하지 못하게 될 판이라는 설명이다.

◇차기 CEO "규제사업 이해 속에 정치적 독립 노력해야"

현재 반복되는 KT CEO 리스크의 최대 원인은 KT 지배 구조에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8.65%)을 최대주주로 미래에셋자산운용(4.99%), 외국인(43.9%) 등 국내외 투자기관들로 주주들이 혼재돼 있다.

쉽게 말해 주인이 없다. 정부의 지분이 단 한주도 없지만 반대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개입될 여지 또한 충분하다. 더군다나 KT는 소유구조는 민영기업이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을 토대로 엄격한 규제를 받는 허가사업자라는 점에서 민영기업으로서 자율경영은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민영기업인 KT가 바로 서려면 KT CEO와 주요 임원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정치권 풍토를 우선 없애야한다는 지적이다.

KT 이사회와 KT CEO 추천위원회가 정치적 인물이 아닌 통신 시장에 밝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적격자를 새로운 CEO로 선출할 수 있도록 개입하지 말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새로운 KT CEO 역시 과거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KT 이사회를 '거수기'가 아닌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작동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솔선 수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허가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KT의 사업구조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처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되다보니 KT의 중장기적인 전략이나 사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 아니냐"며 "정부 신고절차를 빠트려 문제가 된 KT 무궁화위성 매각 시비가 이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사태"라고 지적했다.

by 100명 2013. 11. 5.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