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석채 KT 회장이 그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검찰의 두 차례 압수수색에다 정치권 인사 영입, 헐값 자산 매각, 1조원대 기업 인수ㆍ합병(M&A), 과도한 고배당, 실적 악화 등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전임 남중수 사장에 이어 이 회장도 검찰 수사 끝 불명예 퇴진이라는 전철을 밟게 됐다. 여러 혐의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민간 회사인 KT가 정권 교체 때마다 ’CEO 리스크’에 시달리는 악습 또한 이참에 사라져야 한다.

이 회장에 대해서는 비자금 조성, KT 소유 부동산과 무궁화 위성 2ㆍ3호 헐값 매각 등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위성 2기 개발에 4500억원이나 들었는데 정부 허가도 받지 않고 단돈 45억원에 외국에 판 경위는 수사로 전모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제 KT 후임 회장 선임과 관련해 두 가지 과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정부가 정권 출범 때마다 회장을 쫓아내는 일이 반복되지 않게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친박 낙하산이 아닌 최고 전문가를 찾는 것이다. KT는 사외이사 7명, 사내이사 1명으로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KT 이사들은 다 이 회장이 뽑은 사람들이다. 이들도 경영에 공동 책임이 있는데 새 회장을 그들 손으로 뽑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후임 회장을 노리고 벌써 정권에 줄을 댄 관료 출신들과 대선 공신들이 뛰고 있다고 한다. KT 회생을 책임질 제대로 된 경영자를 고르기 바란다.


제 아무리 유능한 경영자라도 KT처럼 주인 없는 회사에 가면 황제 경영과 사유화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사회 구성 자체를 GE, JP모건, GM, IBM 등 세계 초일류 기업 이사회 구조에서 배워 견제와 균형의 묘를 살릴 일이다. KT 사례를 거울 삼아 정부는 KT, 포스코, KB금융 등 민영화된 기업에 적용할 최고의 경영체제를 창안해 내야 한다.

by 100명 2013. 11. 5. 0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