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선일보 DB
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선일보 DB
이석채 KT 회장이 검찰 수사 도중에 자진 사퇴하면서 역시 대표이사 사퇴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005490) (317,000원▲ 0 0.00%)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의 사퇴설이 불거진 직후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가 진행돼, 사퇴 압박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설()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 철강 업황 침체에 맞물려 실적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사내 분위기도 뒤숭숭한 모습이다.

4일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국세청 세무조사는 연말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준양 회장의 세계철강협회장 취임 이후 사퇴설은 잠잠해졌지만 어수선한 분위기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포스코 공식적으로는 정준양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포스코는 2000년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한 이후에도 정권 교체기마다 대표이사가 바뀌는 홍역을 치러 왔다. 정준양 회장 역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09년 2월 임기가 1년여 남아있던 이구택 당시 회장이 물러나면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이구택 전(前) 회장을 낙마시키는데는 검찰이 동원됐다. 2008년 12월 포스코가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국세청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은 대구지방국세청까지 압수수색했지만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구택 회장은 용퇴를 결정했다.

정준양 회장은 이명박 정부 입김이 작용해 포스코의 실권을 쥔 만큼 이번 정부 들어 교체가 유력시됐다. 실제 박근혜 정부와 정준양 회장과의 냉랭한 기류는 이미 여러 번 목격됐다. 정 회장은 올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수행하면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 초청받지 못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박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해 개최한 간담회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정·재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사퇴 압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않다.

철강 업계 침체된 업황 때문이라지만 최근 곤두박질 치고 있는 포스코 실적 역시 정 회장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원인이다. 포스코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IFRS 연결 기준)를 통해 매출 15조1502억원, 영업이익 6328억원을 기록했고 밝혔다. 매출은 1년 전보다 3.7% 줄었고, 영업이익은 38%나 감소했다. 포스코가 분기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마지막으로 달성한 지도 이미 1년이 넘었다.

이는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에 건설·조선 등 주요 수요산업이 침체를 거듭하면서 업황이 나빠졌기 때문이지만, 취임 이후 비(非) 철강 분야에서 인수합병(M&A) 작업을 벌여온 정준양 회장을 머쓱하게 만드는 성적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면 정 회장이 버티기에는 안팎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최근 시황 악화와 더불어 포스코로서는 넘기 어려운 시련이 닥치고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1. 5. 0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