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운명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석채 회장(68)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도 문제지만 이 회장이 벌여놓은 각종 사업의 연속성 문제와 영입한 임원들의 구조조정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이 회장이 자문이나 이사, 고문 등의 명목으로 영입한 임원들의 거취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KT의 한 계열사 노조 관계자는 “이 회장이 영입한 임원들이 과도한 연봉을 받아왔다는 내부 제보가 있다”며 “대체 무슨 용도로 그렇게 많은 연봉을 받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다른 계열사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복수의 계열사 노조 관계자들은 “이 회장의 퇴진과 함께 낙하산으로 영입된 임원들도 모두 정리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지난달 14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회장이 영입한 정·관계 인사는 무려 36명에 달한다.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출신인 김종인 경영고문, 홍사덕 경영고문 등 현 정권과 관련된 임원도 5명이나 된다.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 실장, 변철환 상무 등 이명박 정권 출신 인사도 10명이 넘는다.

이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임원을 20% 줄이고, 영입한 자문 및 고문단 등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내홍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KT 관계자는 “이미 거듭된 영입 인사에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회장과 측근들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조직 자체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미래는? KT 직원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KT는 검찰 수사와 이석채 회장의 자진 사퇴 발언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 연합뉴스


취임 후 이 회장이 시작한 크고 작은 사업의 연속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아프리카 진출 문제부터 걸린다. 이 회장은 퇴임의 변을 밝힌 e메일에서 아프리카 사업을 ‘미래의 성장 동력원’으로 꼽으며 이 부분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아프리카 사업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와 지리적, 정치적으로 가까운 유럽 통신사들이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하지 않았던 데는 이유가 있다”며 “통신망을 구축하기도 힘들고 현지 사업이 지속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진출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김홍진 사장과 김영일 부사장 모두가 이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문제다. 둘 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사내 입지가 바뀔 수도 있다.

이 회장이 인수·합병한 신생 기업들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by 100명 2013. 11. 5.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