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이석채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KT가 또다시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009년 KTF와의 합병으로 직원 6000여명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었던 KT가 이번에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얄궂은 운명처럼 두 차례의 인력 재편 모두 이 회장의 손에서 비롯되게 됐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 회장이 물러나면서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과 함께 직원들의 동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남중수 전 KT 사장의 퇴진 이후 5년 만에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된 셈이다.

일단 이 회장이 물러나게 됨에 따라 130여 명에 이르는 KT 임원들의 거취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이 회장 재임 중 외부에서 영입된 30여명의 낙하산 임원들은 사실상 후임CEO가 선임되면 자리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새 회장이 취임하면 역시 대대적인 임원인사 등 2차 인사태풍이 불어닥치는 등 조직 불안정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더구나 배임·비자금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KT 임직원들을 줄소환 하면서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KT 분당 본사 한 직원은 "국민의 기업으로 불리던 KT가 하루 아침에 범죄·비리집단으로 비춰지는 것이 개탄스러울 정도"라며 "업무도 손에 안잡히지만 또다시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임원들만 배 부르고 직원들은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측이 고통 분담만을 강요한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사업 실적은 더 암담하다. KT는 지난해부터 핵심사업인 유무선 통신사업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도 유무선 분야 모두 매출이 줄었으며 특히 무선의 경우 정부의 보조금 규제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줄면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지속되는 가입자 순감세도 반전의 기미가 없으며 유통망에서는 대리점들의 KT 이탈이 이어지면서 유통 경쟁력도 떨어졌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비통신 부문에서 그나마 선전하면서 체면 치레를 한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당면한 과제도 산적하다. 최근 주파수 경매에서 ‘황금 주파수’ 확보에 성공하고 LTE 서비스 차별화로 주도권을 쥐고 가야할 상황이지만 녹록치 않다.

이 회장의 치적으로 평가됐던 아프리카 르완다 프로젝트도 이제 첫 삽을 들었을 뿐 성공사례로 가기에 갈길이 멀다. 여기에 '시청률 합산 규제' 논란과 정권 초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경영 공백은 KT의 뼈아픈 기억으로 각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CEO리스크가 되풀이되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어느 누가 중장기 전략을 갖고 회사를 경영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기도 분당 KT 본사 전경
by 100명 2013. 11. 6.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