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시청률+VOD조회수..합산 계산식 내기 어려워
- 멀티스크린 환경 반영한 표본 추출도 복잡한 방정식

- 사업자 이해 관계 충돌..'헤게모니 바뀔 수 있어'

시간별 미디어 이용 점유율 및 연령별 이용시간. (자료=TNmS, 조사기간 9월 한달)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실시간 시청률과 주문형비디오(VOD) 조회 수를 어떤 식으로 합칠까.

얼핏 보면 통합시청률은 쉽게 산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굉장히 복잡한 방정식이다. VOD 조회 수를 시청률로 환산해야 하고 또 이를 실시간 시청률과 합치려면 적절한 비율로 계산해야 하는데, 누구나 동의할 만한 기준을 세우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큰 TV로 보는 광고와 작은 모바일 화면으로 보는 광고는 시청자 몰입도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단순히 TV 시청률과 모바일 시청률을 1대1로 합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표본을 뽑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기존엔 지역별, 연령대별로 표본집단을 뽑았다. TV를 보유한 가구만 따지면 됐다. 이제는 콘텐츠를 보는 단말기가 다양해졌다. TV+스마트기기+PC 등 3스크린을 전 국민이 모두 갖추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TV만 있는 가구, TV+스마트기기 가구, 3스크린 가구의 비율을 산출해 적정한 비율로 표본을 뽑아내야 하지만 이를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

통합시청률 산출은 이처럼 기술적 문제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껴안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노벨상감’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종영 미디어미래연구소 데이터분석팀장은 “정확한 시청률을 계산하기 위해 사업자, 학계, 방송사 간 오랫동안 연구를 해오고 있지만 기술적 문제에서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손쉽게 솔루션이 나오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에서 보는 실시간 방송 시청 경로. (자료=TNmS)



나아가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시청률 집계는 TV를 통한 시청만 집계된다. 시청연령층이 40~60대가 주요층이다. 반면 젊은 층은 주로 모바일을 통해 TV를 본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방송사는 상대적으로 모바일을 포함한 통합시청률을 기대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의 시청자를 확보한 방송사는 통합시청률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곧 방송사 매출로 이어지는 만큼 미디어업계의 헤게모니가 바뀔 수 있는 문제다.

플랫폼 간 경쟁도 연관돼 있다. 이를테면 KT(030200)의 올레TV에서 본 무한도전의 광고수익은 콘텐츠를 제작한 MBC의 몫이 돼야 할까, 아니면 콘텐츠를 보도록 플랫폼을 제공한 KT의 몫일까. 기존에는 당연히 콘텐츠를 제작한 방송사의 몫이겠지만, 미디어 소비 환경이 예전과 달라졌다. 케이블방송사에 이어 IPTV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유료방송사 플랫폼의 입김이 커진 때문이다.

CJ E&M 관계자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콘텐츠를 통한 광고 수익을 배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플랫폼별로 차별적인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국내 유료방송플랫폼은 똑같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뿐만 아니라 플랫폼 영향력까지 계산해야하는 만큼 방정식은 더 복잡해진다는 얘기다. 민경숙TNmS 대표이사는 “시청률은 곧바로 광고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한 시청률을 산출해야 한다”면서 “광고 수익이 콘텐츠보다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통합시청률을 집계하는 데 이해관계자 충돌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플랫폼별로 시청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만만치 않다. 실제 IPTV나 케이블업계에서는 VOD 조회 수는 쉽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종영 팀장은 “이해관계에 따라 시청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모으기도 만만치 않다”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공공연구소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by 100명 2013. 11. 6. 0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