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위성 헐값 매각으로 우리나라가 확보중인 궤도자원을 국외기업인 ABS(Asia Broadcasting Satellite)사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4일 KT SAT의 김영택 사업총괄 부사장이 “KT가 할당받은 주파수를 ABS에 매각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할당받은 주파수를 현재 ABS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데에서 드러난 사실로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에 대해 KT 측을 징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KT가 지난 2009년과 2010년 매각한 무궁화 2호 위성과 3호 위성은 각각 ABS-1A, ABS-7로 개명돼 ABS사 측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이 중 ABS-1A는 동경 75도 궤도에서 운용되고 있는 반면 ABS-7은 동경 116도 궤도에서 운용되고 있는데, 이 궤도와 해당 위성이 운용하는 주파수는 한국이 사용하기로 국제기구에 등록되어 있다. 즉, 한국이 국제기구에 의해 허가를 득한 위성망을 ABS가 임의로 활용해 수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 ABS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ABS-7의 정보. 동경 116도 상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Ku 주파수 대역와 Ka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영리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동경 113도에 무궁화5호, 116도에 무궁화6호, 128.2도에 천리안, 144도에 한별 위성 등의 정지궤도 위성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한일합작으로 만들어진 한별 위성 역시 ABS에 매각됐다. 이 중 동경 113도, 116도, 144도 위성들의 경우 ITU등재가 완료됐고 128.2도 위성의 경우 일부 조정절차가 진행 중이며 116.2도 궤도가 최근 새로 신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궤도 위성은 공전주기가 지구의 자전주기와 동일한 24시간으로 지구를 따라 도는 것처럼 보이는 인공위성이다. 정지궤도 위성들은 적도 상공을 따라 나란히 배열돼있다. 지구 적도 상의 궤도자원과 주파수 자원은 각 국가의 필요에 따라 배분되고 조정되는데 이를 담당하는 국제기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이다.

   
▲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정지궤도 위성 운용 현황. 현재 동경 116도에 무궁화 6호(올레 1호)가 추가 운용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정지궤도 위성망 국제등록 현황. (방송통신위원회)

새로운 위성을 발사하고자 하는 국가 또는 기관은 최대 7년 전에 ITU에 위성망국제등록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궤도 위치, 이용할 주파수 대역 등의 정보가 포함되며 ITU측은 여기에 근거한 위성의 운용 정보를 전 세계에 사전공표한다. 사전공표 이후 6개월 동안 국가 간 조정절차가 개시되며 기존 위성 소유 국가나 기관 등과 개별협상을 통해 전파간섭이나 혼신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후 등록완료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국제등록 유효기간인 7년 내에 실제 정지궤도 위성이 운용 되지 않을 경우 해당 위성망은 국제등록신청이 삭제된다.

   
▲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인접국 X 및 Ka 주파수 대역 위성망 국제등록 현황. (한국산업기술동향 11권 1호(2013) 중 112~121p, <우리나라 주변 정지궤도위성 궤도 및 주파수 자원 국제전기통신연합 등록 동향> 중 그림)

ITU 측은 정지궤도 위성들의 전파 간섭 등을 막기 위해 지구 적도 상공의 정지궤도에서 2도 간격으로 분할해서 위성 배치를 권고하고 있으나 위성통신이나 방송 등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현대에는 0.5도~1도 간격으로 위성을 배치하는 것이 관례이다. 위성 하나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는 각 방향으로 0.05도로 일반적으로 정한다. 콜로케이션(Collocation) 등의 기술을 이용하면 위성 하나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 내에서 이론상으로 6개까지의 정지궤도위성을 운용할 수 있다.

by 100명 2013. 11. 6.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