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석순 논설실장 = 이석채 회장은 ICT(정보통신기술)분야에 사실상 문외한이면서도 ‘혁신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2009년 KT CEO에 취임했다. 이 회장은 정보통신부장관 경력을 들어 자신을 통신 전문가로 포장했지만 장관직을 맡게된 건 PCS사업자 선정의 이권을 노렸던 YS정권 실세들을 정점으로 한 경복고 라인의 정치적 배려 덕이었다.

이 회장의 지난 5년간 경영실패는 전문성을 배제한 채 이 회장을 정통부 장관과 회장직에 앉힌 ‘정실인사’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취임 뒤 곧바로 전 정권 인물 수십명을 고위임원과 고문, 자문역 등으로 기용했고 이들 비전문가들이 주요 보직을 독차지하면서 전문성을 가진 KT 내부 고위 인사들이 상당수 '숙청'당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쟁이’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이로인해 KT내부인사들이 정치권 줄대기에 나서는 계기가 됐고 이사회도 이 회장 인맥을 주축으로,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물들로 채워져 견제기능을 상실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끊임없이 ‘혁신’을 외쳤지만 현장 상황을 외면한 헛구호에 그쳤고 KT 내부에서는 YS시절 자신의 권력배경이었던 경복고 인맥과 YS인맥, 그리고 신흥 영포라인을 중용해 KT를 사실상 개인회사로 만들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ICT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탈통신’을 주장해 이후 BC카드, 금호렌터카, 스카이라이프 인수 등 비주력업종으로 문어발식 진출을 단행해 이 회장 재임 중 계열사 수를 50여 개까지 늘렸다

그러나 이는 ICT 문외한들의 주장에 따라 단기성과만을 노린 것이어서 ICT 투자자금을 전용한 결과가 되었다. 이 회장은 특히 외국인 자본으로부터의 경영권 안정을 노리고 배당성향 50%를 고집해 땅 밑 구리선, 땅 위 부동산 그리고 하늘의 통신위성까지 팔아치웠다. LTE 투자비를 아낀다며 이 회장은, Wibro-WiFi-WCDMA의 활용을 극대화시킨다는 소위 ‘3W전략’을 주창, 결국 이동통신경쟁에 낙오하게 됐다.

이 결과 KT는 LTE 3위의 통신사업자로 전락했고 지난 7월에는 사상 첫 월간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실적도 통신3사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 KT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6.0%가 줄고 영업이익은 무려 32.8%가 감소했다.

따라서 향후 KT의 경영방향은 핵심사업에 역량을 재집중하는 ‘back to the basic’이 돼야 한다. 기존의 비전문가 임원들을 정리하고 전문성이 있으면 낙하산을 포함해 사내외 ICT 전문가들을 두루 발탁하는 것이 시발점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새 CEO를 잘 뽑는 것이 우선 과제인데 기존의 KT 내부인사들은 이 회장의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내부 고위 임원들 대부분은 이 회장에게 발탁된 뒤 이 회장의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현재 검찰의 수사선상에 놓여 있다. 내부인사 중 한명이 KT 차기CEO로 발탁될 경우 이 회장의 영향력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며 KT 내부의 부패구조 척결은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A씨는 이 회장의 고교후배로 사내에서 이 회장의 ‘아바타’로 알려진 인물로 이동통신 관련 비리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B씨,C씨 등도 이 회장의 해외 비자금 조성 및 살포와 정관계 로비 등에 직접 연루됐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의 칼 끝에 서 있는 인사들이다. D씨 등 그밖의 내부 출신 인사들 역시 이 회장의 경영부실을 돕거나 묵인, 방조했던 인물들이다.

삼성출신 인사들의 기용도 문제가 많다. KT와 삼성은 ICT의 ‘서비스’와 ‘제조’라는 직접적인 이해충돌이 있다. 삼성은 IPTV에 대해 자체 방송미디어사업 진출을 추진하는가 하면 통신망의 효율적 이용을 둘러싸고 KT와 거세게 대립해온데다 아이폰 도입을 둘러싸고 KT와 삼성전자가 큰 갈등을 빚었던 사실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삼성 계열화’에 저항하는 KT내부 반발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삼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새 정부의 청와대와 내각 등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출신 인사의 KT기용은 정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새누리당 실세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황창규 전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 사장과 또다른 새누리당 실세가 지원하고 있다는 이기태 전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사장 등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지 의문이 가는 인물들이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사장과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후보로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현 전 사장은 ICT와의 업무연관성이 없는데다 과거 한나라당 제주지사 출마경력 등으로 ‘정치권 낙하산’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윤 전 부회장 역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대리인’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센터 사장은 KT, KTF출신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삼성전자 이적 뒤 공정위 조사 방해, 은페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투자회사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 회사가 투자한 회사 대부분이 KT사업과 연관된 IT기업이어서 ‘이해관계의 직접충돌’이 우려된다.

이밖에 외부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MB정부 시절 실세차관으로 행세한데다 고액강연 등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은 KT와 스카이라이프의 경쟁매체인 케이블진영의 로비조직 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에 재직 중이어서 직접적인 업무충돌이 우려된다. 김동수 전차관의 경우도 '관료출신 낙하산'논란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KT 차기 CEO는 ‘非 KT’ ‘非 삼성’출신으로 정치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 인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조경제를 앞장서 구현할 수 있는 ‘비 정치적 ICT 전문가’가 KT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간의 경영부실과 내부부패를 뿌리뽑아야 하며 그 힘겨운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피땀과 노고를 어루만져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by 100명 2013. 11. 7. 14:04